[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퇴교 조치된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므로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A씨가 육사 측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소송에서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A씨의 성관계는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사유 중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만 인정된다. 따라서 퇴학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육사 생도 A씨는 지난해 11월 임관이 한 학기도 안 남은 시점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퇴학 사유는 ▲주말 외박 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해 품위유지 의무를 저버린 점 ▲이를 자발적으로 실토하지 않은 점 ▲승인받지 않은 원룸 임대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이었다. 육사 측은 A씨가 생도생활예규상 남녀간의 행동시 준수사항(금혼)에 나와 있는 '도덕적 한계'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문기관인 교육운영위원회는 '3금 제도(금주·금연·금혼)'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도덕적 한계 규정이 모호하다며 퇴학 처분을 반대했지만 육사 측은 이런 심의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육사 측은 또 A씨가 교칙을 어기고도 이른바 '양심보고'라는 형식으로 이를 보고하지 않은 점까지 징계 사유로 삼았다.A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초 양심보고에서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 사실만 털어놨다. 나머지 사실은 이후 "이성과 원룸에 출입하는 사관생도가 있다"는 한 민간인의 제보와 A씨의 추가 양심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육사에서 쫓겨난 뒤 모교를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됐다. 그는 모범적인 태도로 수차례 표창을 받고 중대장 생도까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5월 이른바 '3금 제도' 위반자에 대한 사관학교의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하지만 당시 육군사관학교는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온라인이슈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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