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파문'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표팀 명단에서 당장 빼버리거나, 반대로 철저히 품는 것이다. 기준은 단 하나, 팀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홍명보 대표팀 감독에겐 하나의 대원칙이 있다. 바로 팀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와 "난 너희(선수)를 위해 죽을 테니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란 어록의 뿌리이기도 하다.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도 같은 맥락이다.지난 4일 축구계를 통째로 뒤흔든 일이 벌어졌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자신의 비밀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통해 수차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난했던 일이 밝혀진 것. 그는 앞서도 SNS을 통해 최 감독을 겨냥한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여기에 전날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까지 트위터로 최 감독의 인터뷰를 비꼬는 글을 남긴 것이 더해져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그동안 제기됐던 대표팀 내 세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계기이기도 했다. 전례가 없는 논란. 홍 감독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SNS파문'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그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라며 "문제가 된 선수를 대표팀에서 당장 빼버리거나, 반대로 철저히 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할 기준은 단 하나, 팀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라며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론이 반대해도 쓰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정면돌파 선언이다. 과거 '병역논란'을 겪었던 박주영에 그랬듯, 기성용 역시 필요하다면 자신이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해당 선수의 실력이 아까워 감싸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직 팀 그 자체만을 바라보겠다는 것. 온갖 비난에도 해당 선수의 합류가 동료들과 함께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 줄 경우엔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하겠다는 홍 감독이다.
지난해 6월 '병역논란'을 겪은 박주영(왼쪽)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던 홍명보 감독(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기준은 기량이 아니다. 과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홍 감독은 기성용을 뽑지 않았다. 당시 소속팀 셀틱이 '조별리그 차출 불가, 토너먼트 진출 시 가능'이란 조건을 내걸었고, 그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며 기성용을 결국 제외시켰다. 전력상으론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팀 전체로 봤을 땐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박주영을 2012 런던올림픽에 데려간 것 역시 같은 이유였다. 공격수로서의 능력 외에 그라운드 위 '리더'로서의 역량과 동료들의 신망을 높이 샀다. 비난 여론은 다음 문제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의 대표팀 발탁은 축구 실력뿐 아니라, 팀 전체와의 조화란 측면에서 결정될 문제. 그것만 충족된다면, 외부에서 밀려드는 비난의 물결은 자신이 막아서겠다는 자세다. 더불어 선수와 팬들에게 제1기준은 오직 '팀'이란 원칙과, 지도자-선수 간 신뢰를 단단히 구축할 리더십을 보이려는 노림수다. 아울러 홍 감독은 "내 메뉴얼에 SNS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SNS가 요즘 젊은 선수들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정하지만, 팀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라며 "선수들과 소통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표팀 내 SNS 사용 금지를 시사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도구가 아닌 사람이다. 홍 감독은 단순히 대표팀 소집 기간 SNS 사용을 막는 것을 넘어, 대표팀 선수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심겠다는 생각이다. 그가 4일 최강희 감독을 만나기 위해 전주를 찾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대표팀 감독 이후 첫 공식 일정을 전임 사령탑 방문으로 택했다.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는 "내가 먼저 전임 감독님을 찾아 고마움과 존중을 보낸다면, 선수들이 알아서 느끼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선수들의 마음에 잘못된 가치관이 남아있다면, 자신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 이를 뿌리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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