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패배에 고개를 숙인 넥센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넥센에게 6월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승리가 고작 여덟 번에 그쳤다. 패배는 한화(14패) 다음으로 많은 열세 번이었다. 이 기간 선수단엔 먹구름이 꼈다. 내야수 김민우와 신현철이 음주사고로 이탈했다. 팀 분위기는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초반 이목을 집중시킨 염경엽 감독의 예리한 판단도 조금씩 무뎌졌다. 그렇게 시작된 침체는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졌다. 6월 한 달 동안 팀 타율은 0.258로 리그 최하위였다. 팀 방어율도 4.54로 썩 좋지 않았다. 4, 5월 선보였던 특유 저력도 잃어버렸다. 선수단은 5회까지 끌려간 경기를 한 번도 뒤집지 못했다.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했다. 지난 시즌 팀 색깔로 발전한 ‘뛰는 야구’는 실종된 지 오래다. 팀 도루는 2일까지 60개로 전체 8위다. 부진은 원투펀치에서도 발견된다. 브랜든 나이트와 벤 헤켄은 6월30일까지 12승(11패)을 합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듀오는 같은 기간 12승을 거뒀다. 하지만 패배한 경기는 네 번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은 팀이 흔들린 6월 한 달 동안 제 몫을 못했다. 나이트는 5경기에서 1승4패를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6.35였다. 헤켄도 5경기에 나와 1승(3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7.43으로 나이트보다 더 높았다. 한 야구관계자는 “나이트는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니다. 평범한 외국인투수가 됐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1년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라고 했다. 당시 그는 30경기에서 7승15패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15패는 리그 최다였다. 저평가는 최근 투구에서 드러낸 약점에서 비롯된다. 위력을 잃은 싱커다. 나이트는 싱커볼러다. 전체 투구의 50%가량을 싱커에 의존한다.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패스트볼은 최근 움직임이 크게 더뎌졌다. 높아진 제구에 낙 폭마저 작아져 땅볼 유도가 되지 않는 밋밋한 직구로 전락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브랜든 리그가 현재 겪는 어려움과 흡사하다. 나이트는 제구에서도 애를 먹는다. 6월 한 달간 1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구단 내 최다를 기록한 강윤구(15개)와 불과 1개차다. 한 관계자는 “타 구단들이 지난 시즌 투구를 철저하게 분석한 듯하다”라고 했다.밴 헤켄(왼쪽)과 브랜든 나이트[사진=정재훈 기자]
난항에 빠진 건 헤켄도 다르지 않다. 5월까지 6승3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호투를 거듭했으나 6월 들어 급격한 부진에 시달린다. 시즌 초 헤켄은 빨라진 구속으로 재미를 봤다. 평균 130km대 후반이던 직구 스피드가 140km대 초반으로 올라왔다.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왔다. 멈출 줄 모르던 상승세는 타 구단에 투구 습관(쿠세)이 읽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타자들이 이전처럼 포크볼 등의 변화구에 속지 않는다. 투구 폼을 보고 구분을 해내는 게 틀림없다”라고 했다. 와인드업에서 비트는 몸의 각도, 세트 포지션에서의 골반 활용 등을 달리 가져가지만 변화는 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달라진 투구 동작에 강점으로 꼽히던 제구가 흐트러졌단 평이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는 유리하게 전개될 리 만무하다. 한 관계자는 “현 투구 동작은 제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헤켄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오른 골반과 햄스트링, 등 부위 등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원투펀치의 난조는 곧 불펜의 과부하를 초래했다. 한 선수만큼은 예외였다. 마무리 손승락이다. 4월과 5월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나 6월 한 달간 7경기에 등판해 4세이브를 거두는데 머물렀다. 아무리 철벽이라도 줄어든 세이브 조건에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염 감독의 기용이다. 넥센에게 6월은 마무리의 ‘귀족 등판’을 유지할 상황이 아니었다. 손승락은 팀의 연패에도 거의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7일 KIA전 이후 16일 LG전까지 한 차례도 콜을 받지 못했고, 다음 등판도 6위 뒤인 22일 NC전에서야 이뤄졌다. 휴식은 어깨에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1이닝을 초과해 소화한 건 5월까지 한 차례(4월 11일 SK전)에 불과했으나 6월은 무려 네 차례나 된다. 유연성을 잃은 기용은 곧 불펜의 균열로 이어졌다. 팀의 연패 속에서 1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87을 선보인 이보근은 2일 NC전에서 모창민에게 홈런을 맞으며 패전을 떠안았다. 6월 한 달 동안 열두 차례나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는 최근 구위가 적잖게 줄었단 평을 듣는다. 이는 송신영, 박성훈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염경엽 넥센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연패에 빠진 팀은 젊은 피 등의 기용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 넥센은 어땠을까. 최근 한 달간 소득은 문우람 하나였다. 8경기에서 타율 0.323를 뽐냈다. 사실 승격은 뒤늦은 감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2군에서 선수들이 맹활약하는데도 1군에서 좀처럼 콜을 하지 않는다. 경험이 있는 선수들만 서울로 올라간다”며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시즌 전 5선발로 점쳐졌던 장효훈은 두 경기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자취를 감췄다. 퓨처스리그에서 그는 14경기에 출전해 5승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최근 두 경기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0이다. 두 차례 1군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신인 조상우도 5월 내려간 퓨처스리그에서 돌아올 줄을 모른다. 2군 팀과의 대결에서 그는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1.84을 남겼다. 최근 5경기에선 6월 16일 삼성전(5.1이닝 2실점)을 제외하고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타율 0.314 9홈런 25타점 3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는 안태영 등도 빼놓을 수 없다. “2군 선수들을 예의주시한다”라는 염 감독의 말을 이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진심을 파악하기에 강진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지도 모른다.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