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신은 무죄… 사무공간, '창조'를 입다

'딱딱했던' 업무공간에 부는 '혁신적' 바람책걸상 높이와 조명서부터 심리상담도 지원최근엔 공공기관 선제적 시도 잇따라서울시, '최적근무지원팀' 꾸려 업무환경 변화

▲ 지난달 24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 문을 연 힐링센터 '쉼표'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책상과 걸상은 직원들의 체형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지급한다. 임산부나 특이체질을 가진 직원들을 위해선 활동에 제약을 최소화한 전용책상 지급을 준비 중이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전체의 밝기는 물론 개인용 스탠드 밝기도 세심히 살핀다. 전문의와 간호사들은 수시로 직원들을 만나 건강상의 문제를 논의하고 어깨와 목, 허리를 중심으로 앉은 자세를 교정한다.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조성된 '힐링센터'에도 발길이 이어진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심리상담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치유를 받는다.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공간에 '창조'와 '혁신'이 더해진 모습이다.  '공간'이 '창조'와 결합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사무실을 변화시키려는 창의적인 노력은 창의적인 사고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무거운 공기와 딱딱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던 사무공간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조성하고,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운동기구를 들여다 놓는 것 이상의 창의적 혁신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무실 공간 배치를 확 바꾸고 있다. 책걸상 높이와 사무실의 전체적인 조명을 조절하고, 임산부와 특이체형을 가진 직원들에겐 맞춤형 사무기기를 지급하기도 한다. 업무성과 극대화 차원에서 꾸려져 경직된 분위기였던 사무실에 직원 개개인의 가치와 특성 반영이라는 새로운 색깔이 칠해지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관리를 위해 전담부서를 편성하는가 하면 개인적 고민과 가족 및 대인관계 갈등 등 업무에 영향을 주는 사항들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상담ㆍ심리치료전문가가 같은 공간 내에 상주함은 물론이다.  서울시의 공간 혁신은 민간이 주도해 온 '사무실 개혁'이 변화에 둔감했던 공공기관에도 불어닥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최적근무지원팀'이라는 부서를 설립해 직원들의 업무환경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취임 이후 공무원들이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10월 신설돼 '혁신'과 '변화'를 키워드로 최적화된 업무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이 팀은 인간의 건강이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 등에서 균형 있게 관리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전과는 다른 업무공간을 창출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시장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울시에 최적근무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 생겼다'고 소개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 서울시 힐링센터 '쉼표'의 내부 모습

지난달 24일에는 청사 내에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힐링센터'도 문을 열었다. 공공기관에 공무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상설로 상담소가 운영되는 첫 시도로, 임상 및 상담심리 전문가 4명이 상주하며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돌본다.  직무스트레스의 정기적 관리ㆍ상담은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진단과 관리자 및 직원 교육 등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다. 업무특성상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공무원들의 신체건강을 위해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청사 내 한의원에도 하루 40~50명 정도의 직원들이 찾아 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사무공간의 온도ㆍ습도, 이산화탄소 등 대기질과 조도, 책걸상 높이 등 개인별 업무환경 적합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3월 '물리적 환경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해 둔 상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업무공간의 미비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직원들에 노출된 위험요소도 점검하기 위해서다. 본청과 사업소 등 18곳 54개 사무실을 표본추출해 이뤄진 이번 조사의 최종결과는 이번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개선ㆍ지원하기 위해 최적근무지원팀이 만들어졌다"면서 "지금껏 이 같은 시도가 부족했는데 단순히 후생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다각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무직 근로자들을 위한 혁신적 공간 활용과 함께 인간공학에 대한 연구 및 현실접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대외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민간기업이 이 같은 실태조사에 다소 소극적일 수 있는 만큼 공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병용 대한인간공학회 이사(한성대 교수)는 "이미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창의적인 공간 설계와 스마트시스템 도입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업무생산성과 인간공학 간의 융합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관리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 건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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