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진핑 메신저에 '中이 北 설득해 달라'

정상회담 앞두고 우리 입장 미리 전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메신저 격인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에게 "남·북 간에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탕 전 위원을 만나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안부인사와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말씀을 전해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탕 전 위원은 박 대통령에게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인사와 축원을 전달한 후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 정책이나 핵실험은 중·북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 남·북 간에도 새로운 교류와 협력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국의 입장은 우리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과 상응하는 점이 많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중국 등 국제사회가 공통의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탕 전 위원은 "중국은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박 대통령의 국빈 방중이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중 정상회담은 중·러, 중·미 정상회담과 함께 중국에 가장 중요한 3대 정상회담 중 하나"라며 중국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탕 전 위원은 중국으로 돌아가면 시 주석에게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탕 전 위원은 방한 첫날인 12일 한·중 친선협회 주최 만찬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희망과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탕 전 위원은 현직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힌다. 외교부 관계자는 "탕 전 위원은 한·중 수교 이전부터 2008년 국무위원직을 마칠 때까지 대(對) 한반도 업무를 주관했다"며 "지금도 중국국제관계학회 회장을 맡으며 중국 외교업무에 관여하는 등 중국 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에 박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탕 전 위원을 통해 중국 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미리 전달한 후 27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직접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을 통해 본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안정화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북한과의 접촉에 임했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비판적으로 잘 설명한다면 중국이 이를 수용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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