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한국 증시 부동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7일 급락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서만 6000억원 이상 순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루만에 9만4000원(6.18%)이나 빠졌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도물량은 외국인 매도 물량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5조원 증발하면서 남북 대화 무드로 다소 온기를 기대하던 국내 증시도 날벼락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외국인들의 매도 폭탄의 원인을 시장에서는 7일 나온 JP모건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에서 찾았다. JP모건은 갤럭시S4의 모멘텀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목표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내렸다. 이 리포트가 나오기 전 삼성전자 주가는 152만1000원. 내린 목표가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지만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이 터지자 주가는 좀체 회복을 하지 못했다. 개인들이 과감하게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의 공세엔 역부족이었다. 거래대금만 평소의 5배에 달하며 1조5000억원을 넘었다.1년을 가야 '매도' 리포트를 찾기 힘든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외국계 증권사들은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 이번 JP모건의 경우, 매도 의견은 아니었지만 목표가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국내 증시 전체를 흔들었다. 비교적 탄탄한 수급 기반을 가진 삼성전자조차 외국계 리포트에 폭탄을 맞고 쓰러지는 형편이니 나머지 종목들은 상태는 아예 초주검 상태로 내몰릴 정도다.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매도' 리포트에 한꺼번에 12% 이상 급락하면서 440일만에 20만원대를 내줬다. 충격파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았다. 2011년 10월 38만원을 넘던 주가는 올 2월 12만원대까지 밀렸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좋은 실적을 보였지만 한번 무너진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못했다.지난해 9월엔 LG전자가 UBS의 매도 리포트에 휘청거렸었다. 리포트가 나온 직후인 9월25일 LG전자는 5% 이상 급락했다. 앞서 8만원에 도전하다 밀리던 상황이던 LG전자는 외국계 리포트를 계기로 추가 급락, 7만원선이 무너졌었다. LG전자는 지난해 2월에도 CLSA가 당시 주가보다 30%나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면서 매도하라고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8만원이 넘던 주가가 5만원대로 추락한 것.외국계에 대한 쓰린 기억은 삼성전자도 처음은 아니다. 대표주인만큼 외국계의 찬사도 가장 많이 받았지만 결정적 순간, 급소를 찔리는 듯한 공격도 가장 자주 받은 종목이 삼성전자다. 2004년 4월, 사상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는 4월26일 63만8000원을 꼭지로 밀리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5월18일 장중 44만8000원까지 밀렸다. 역시 외국계의 싸늘한 보고서가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도이치증권부터 시작해 골드만삭스, ING 등이 70만원 넘게 부르던 목표가를 50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낮추면서 외국인들의 차익매물이 쏟아졌다.이후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10년 100만원선을 내줄 때 등등 주가가 꺾일 때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나 목표가 하향이 단골처럼 따라붙었다. 이같은 외국계 증권사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국내 증시 의견은 둘로 갈린다. 일단 다수의견은 부정적인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자금력이 앞서는 외국계 대형 기관들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들 대형기관이 선물을 때리고, 외국계에서 매도 리포트를 내면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주가는 밀린다"며 힘을 바탕으로 한 단기 왜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반면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자유롭고 공격적으로 투자의견이나 전망을 밝히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분석대상 종목(업체)에 휘둘리지 않는 점이 신뢰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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