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금융, '官治금융'으로 말 갈아타기?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 퇴진 압박…KB·농협지주 회장 人事논란

<b/>"경쟁력 인사 장점" "과도한 개입 부작용" 의견 엇갈려"좁은 틀에 박힌 금융산업이 자초한 일" 자성론도[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금융권에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고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관료출신 인사가 내정되면서 금융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금융권 한편에서는 '새로운 관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장호 회장에 대해 퇴진을 요구한 이유로 '장기 집권에 대한 경영 문제'를 내세웠다.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과도한 인사 개입 등 내부 경영상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BS금융지주는 민간 금융회사다.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의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관치라는 주장이다.금융당국은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에 대한 퇴진압력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면 금융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사 CEO의 사퇴에 대한 판단은 금감원의 고유업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6개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제 지방은행 쪽으로 금융당국의 관심이 옮아져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지주를 필두로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까지 회장 선임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제 지방금융지주 차례라는 것.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사람 보다는 법제나 규제에 더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나 정치권과의 교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의 차기회장 내정자에 재정경제부 제2차관 출신의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임종룡 전 국무총리 실장이 각각 선임된 것을 두고도 금융권에선 뒷말이 많다. 형식적으로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해 회장 내정자를 선임했다. 하지만 회장 선임과정에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알게모르게 작용했다는 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감지된다. 이는 회장 내정자들의 능력과는 무관한 문제다. 실제로 관료 출신들은 능력이나 전문성 측면에선 은행권 내부 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이다. 그러나 후계자 양성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을 차기 지도자로 육성하는 문제와 능력있는 관료 출신이 CEO로 오는 별개의 문제다. 이같은 관치 논란을 금융계가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이 능력있는 사람을 키우지 않고 좁은 틀에서 안주한 것이 관치를 자초했다는 자성론(自省論)이다. 실제로 금융지주를 만들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하고선, 회장 자신의 자리 보전이나 자기 사람 심기에 몰두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10년간의 금융지주사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딱히 강화된 것도 없다.금융산업이 아무리 당국의 규제에 의해서 결정되는 규제산업이라고는 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서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자리다툼을 일삼아온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금융권 스스로 당국을 이용해 자신의 이해를 채우고자 하다보니, 관이 개입하는 것을 이제와서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금융당국은 "민간에 맡겨놨더니 오히려 이상해지더라"라는 시각이다. 지분도 없는 은행의 CEO가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인사와 자금을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사람들을 심는 폐단이 실제로 없지 않았다. 멀게는 신한사태, 가까이는 BS금융지주가 그런 예라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융권 스스로가 산업 경쟁력을 크게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의 올바른 지배구조 구축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 부분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과 달리 아직 국내 금융산업의 지배구조나 인력문제 등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금융산업도 미국 월가처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면 정부가 감히 금융산업 인사에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권에 스타가 부족하고 후계자 양성 등 인력구조의 발전도 이뤄지지 않는 점은 금융사 스스로가 노력해 인정을 받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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