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왜 우리 동네냐?'...노원구 양천구 적극 반대

노원구 공릉동, 양천구 목동유수지 등 행복주택 건립 적극 반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0일 노원구 공릉동, 양천구 목동 등 7개소를 행복주택 건설 시범지구로 선정·발표했으나 해당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노원구(구청장 김성환)과 양천구(구청장 권한대행 전귀권)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는 대선 공약으로 철도 위 인공대지에 저렴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이번에 지정된 행복주택 건설 시범지구 7개 중 6개는 ‘철도역사’ 및 ‘유수지’다. 특히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 폐선부지와 신공덕 역사 부지를 시범지구로 선정한 데 대해 노원구와 주민들은 우려와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그동안 노원구는 경춘선 폐선구간 확정 후 이 일대 공원화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공원화 사업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명한 결과 마침내 지난해 12월17일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경춘선 폐선부지 공원화 사업에 대해 MOU 체결을 이끌어 냈다.이번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공릉지구는 문화·체육시설이 전무한 주거 밀집지역으로 그동안 경춘선 운행으로 소외됐던 지역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의, 주민들을 위한 공연장 북카페 헬스장 등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구는 실제로 경춘선 폐선부지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간의 MOU를 체결, 자전거길 조성 등 공원화사업에 뜻을 함께 하고 있고 서울시와 1단계 산책로 및 자전거길 조성공사 이후 2단계 사업으로 신공덕 역사에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서울시와 검토·협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공릉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선정과 관련, 오랫동안 경춘선 철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살아온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전 의견수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주민의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발표한데 대해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지난 4일 구성하고 공릉동 일대 10개소에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플랜카드를 걸었다.향후 주민들의 반대 서명운동 및 항의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지역주민들은 경춘선 폐선부지 및 신공덕 역사에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강력히 원하고 있고 노원구청도 주민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으며 현재 노원구의 공공 임대아파트 등이 2만4374가구로 서울시 전체 16%를 차지하며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지난 주민설명회 결과 인접지역 주민들 모두가 반대할 뿐 아니라 자치구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임대주택 건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는 공람·공고를 거부하고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에 공릉동 행복주택 건립을 철회해 줄 것을 공문으로 발송하는 등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이번 공릉지구 행복주택 시범지구 선정·발표는 지역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복주택 건립을 발표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며 “금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릉동 행복주택 건립 철회를 거듭 요구하여 우리구의 의견이 중앙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

이와 함께 양천구(구청장 권한대행 전귀권)도 30일 ‘목동 유수지 행복주택 건립’ 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면담을 갖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이 날 양천구 구의원, 서울시의원, 국회의원, 행복주택비상대책위원회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지역에 행복주택 건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양천구의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양천구는 이날 행복주택 건립 반대의 대표적 이유로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지역은 양천구 전 주민이 이용하는 핵심도로인 목동동로 국회대로 안양천길이 접해 있고 올림픽대로 여의도 서부간선도로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이며 백화점 마트 SBS CBS 등 상업시설과 목동종합운동장 등이 밀집해 있어 출·퇴근시간이나 주말 등 차량정체가 심한 지역이라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특히 목동주차장의 경우에는 현재 일일 평균 1300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연내 착공 예정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일부 교통량이 안양천 길로 전환이 예상됨에 따라 극심한 교통정체 가중이 예상될 뿐 아니라 현재 양천구 내 1300대 규모의 주차장 대체부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구는 학교 시설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목동 유수지 주변 8개 학교는 현재 서울시 평균 학급당 학생수보다 3~5명이 초과돼 과밀학급 상태다. 서울시 학급당 평균학생 수 초등학교 25.3명, 중학교 32.3명인데 비해 이 지역 주변 학교는 초등학교 28.2명, 중학교 36.4명으로 과밀화돼 있다. 학생 추가 유입 시 학교 건립이 필수적이지만 학교시설 확보가 불가능한데다 국토교통부의 학교시설 수용계획은 없는 상태여서 초과밀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지역의 대규모 주택단지 건립은 학교 추가 건립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다.또 양천구는 인구밀도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지역으로 여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양천구의 재정자립도는 35.8%로 총 예산 3614억원 중 48.6%에 해당하는 1685억원이 복지 예산인 만큼 추가로 복지 수요가 증가할 경우 구 재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는 목동 유수지에는 현재 빗물펌프장, 청소시설, 테니스장, 제설 창고 등 다양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현재 각각의 시설들에 대한 대체부지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33대의 배수펌프를 갖춘 빗물펌프장은 3개동을 비롯한 유수시설 8만6000㎡, 재활용선별장, 음식물쓰레기 집하장, 차고지 등의 청소시설은 1만8000㎡, 연간 6만~7만명 주민이 이용하는 테니스장은 1만7000㎡, 제설제를 보관하는 3개의 창고는 800㎡부지가 각각 필요하지만 양천구에는 이를 수용할 부지가 없다는 것이다. 구는 목동 유수지 행복주택 건립 계획이 양천구와 사전 협의 없이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대상지를 선정 · 발표한 만큼 주민들 또한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홈페이지, 전화 등을 통해 교통 교육 주택 환경 주차문제 등으로 사업 절대 반대를 표명한 150여건 의견이 접수됐다.구는 “행복주택과 같은 대규모 주택단지 건립은 사전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및 해당 지자체 등 관련기관과 충분한 협의 후 대상지를 선정해야 하는 만큼 양천구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원구와 양천구 모두 더 이상 임대아파트가 들어와서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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