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스토리]이건희 조카 회사와 LG맨 기업이 손잡으니…

파워로직스와 영보엔지니어링의 특별한 윈윈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덩샤오핑은 말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먹고 먹히는 전쟁터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설령 라이벌이라 할지라도 서로 손 잡아 실적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최고의 파트너나 다름없다.  LG와 삼성은 영원한 전자 라이벌이다. 그런 점에서 LG출신 인사들이 만든 기업과 삼성전자 주요 협력사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손 잡고 쌍끌이 실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다.  보호회로업체 파워로직스의 올 1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167억원, 1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3%, 75% 급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도 양호한데 매출액 5117억원, 영업익 96억원을 거둬 전년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파워로직스의 지난해 호실적에는 관계기업인 영보엔지니어링의 지분법적용 실적도 상당부분 기여했다.  갤럭시 시리즈에 배터리팩을 공급하는 영보엔지니어링은 매출의 97% 가량이 삼성전자에서 발생한다. 또 갤럭시 시리즈 케이스를 납품하는 애니모드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인 김상용씨가 이들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파워로직스는 영보엔지니어링 지분 23.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파워로직스의 영보엔지니어링 지분 투자가 의외인 건, 파워로직스와 모기업인 탑엔지니어링의 임원 상당수가 LG 출신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김원남 파워로직스 대표는 LG반도체 연구소 출신으로 탑엔지니어링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양사의 전체임원 20명 중 9명이 LG출신인데다 탑엔지니어링은 LG가 주요 매출처다. LG 색(色)이 강한 파워로직스가 삼성 색(色)이 강한 영보엔지니어링과 긴밀히 얽혀 있는 것이다.  파워로직스 측은 영보엔지니어링이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라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이 만드는 배터리팩에 쓰이는 보호회로가 파워로직스 제품이다. 파워로직스는 영보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직간접 삼성 매출이 보호회로 기준 65% 가량을 차지한다. 카메라모듈까지 포함하면 80%로 늘어난다. 영보엔지니어링도 한때 파워로직스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07년 전량 처분한 상태다.  양사는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는데, 현재 영보엔지니어링은 중국 동관지역에 위치한 파워로직스 중국공장에서 배터리팩을 일부 생산 중이다. 영보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영업익은 138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가량 급증했다. 파워로직스 관계자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출자"라며 "우리는 삼성 매출 비중이 높으니 자연스러운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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