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들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 귀신 사당에 가네 마네부터 시작해서, 역사 왜곡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교과서ㆍ위안부 문제, 동해라는 명칭과 독도의 영유권. 레퍼토리는 늘 같다. 아! 하나 늘었다. 731 전투훈련기에 올라탄 일본 수상. '아베'나 '일베'나. 사과도 싹싹하게 하지 않고 밀고 당긴다.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다. 도저히 받을 수가 없다. 이 사람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러려는지 생각하면 답답하다. 물론 여기서 이런 실랑이 하나하나에 숟가락 하나 더 얹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왜 저럴까? 대규모로, 어떻게 보면 조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저러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의 수작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본질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태생적일까? 흔히 독일이나 프랑스 사람들이 영국에 대고 말하듯이, 섬나라 근성일까? 지진이나 화산, 태풍과 같이 인간이 극복하기 힘든 자연재해가 많다 보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흔히 독일과 비교하곤 한다. 빌리 브란트가 무릎 꿇고 있는 사진이 상징하듯 독일은 철저하게 반성을 했다. 그 반성은 어디서 나올까? 인간 본연의 이성에서, 아니면 성숙한 사회의 집단지성에서 나올까? 글쎄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련과 비밀조약을 맺고 비밀리에 개발한 무기를 소련에서 실험하였다. 패전으로 무장이 해제되었어도 '앞날을 도모'했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독일인들이 갑자기 진화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두 전쟁의 결정적인 차이는 우선 어디서 전쟁이 벌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 영토 밖에서 끝났고 제2차 세계대전은 결국 연합군을 독일 영토로 불러들인다. 그 이전에 폭격이 있었다. 군수산업으로 활용되던 기간산업이 자리를 잡았던 도시들이 특히 철저히 파괴되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실감했으리라. 독일에서는 지금도 흔히 불발탄이 나오기 때문에 터파기 공사를 할 때 극히 조심한다. 이에 비하면 일본의 경우 미군에 의한 도쿄 대공습의 '대'자는 얼토당토않은 과장이다. 전쟁에 참여한 많은 독일인들이 소련의 포로수용소에서 몇 년씩 지내다 죽거나 운이 좋으면 돌아왔다. 가족 상봉의 기쁨은 일순간이고 가장의 자리에서 밀려나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그제서야 제1차 대전 당시 폴란드가 독일의 적국인 러시아에 속했기 때문에 폴란드 출신 노동자들이 귀국을 못하고 강제노동을 하면서 억류되었던 상황을 돌아보았으리라. 독일의 반성은 전쟁을 집단적으로 겪은 원초적인 공포에서 나온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을 했음에도 피해도, 잃은 것도 별반 없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제1차 대전 때 줄을 잘못 섰으면 예외 없이 왕이 폐위되었는데, 일본에서는 독특하게 왕도 폐위되지 않고 그대로 자리 유지를 하고 있다. 남에게서 받은 피해는 분명히 알아도 남에게 준 피해는 잘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남남 간에는 은혜를 어디 새기든 원수는 돌에 새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주 가까운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다. 부모가 되어 보니 이제야 부모님 마음을 알겠다거나, 자식에게 서운할 때 제 자식에게 딱 나에게 한 만큼만 겪어 보라고 하지 않나. 일본이 전쟁을 다시 일으키고 그 보복으로 일본 본토를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부숴 버리지 않는 한 일본의 반성은 없을 것이다. 그날이 올까? 와야 하나? 여기서 짚어 볼 것이 6ㆍ25다. 너무도 참혹했던 골육상잔이다. 특히 양민 학살은 제2차 대전 당시 유태인과 폴란드인 외에는 유례가 없었을 정도이다. 절대적인 반전(反戰)을 내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주류 여론은 침묵하고, 이 침묵에 대한 항의와 고발만 있다. 우리는 왜 반성을 하지 않나? 왜 역사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나? 왜 남북 간의 긴장 관계를 높이려고만 하는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일본의 철없는 언동보다 이 땅에서 남북 긴장을 격화시키려는 세력이다.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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