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발진' 차량결함 여부 확실히 밝혀내라

자동차 전문가들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으로 '차량 결함'을 지목하고 나섰다. 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동차급발진연구회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운전자 실수도 있지만 자동차 결함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차량 결함이 브레이크 페달 밑에 설치된 진공배력장치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엔진으로 유입되는 연료량을 조절하는 이 장치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압력의 변화로 오작동을 일으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연료가 공급되면 출력이 급상승해 급발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량 내부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는 찾지 못했다고 밝힌 정부 조사 결과나 자동차업계의 입장을 뒤집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장에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자동차 관계자 등이 반론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이 1년여 동안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122건을 조사ㆍ연구한 끝에 공개적으로 제기한 문제인 만큼 귀담아들어야 한다. 급발진연구회 회원을 포함한 다른 전문가들과 자동차업계, 소비자 단체, 정부 관계자 등으로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민관 합동 검증반을 새로 꾸려 확인해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민관 합동 조사반을 구성해 급발진 원인 조사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 자동차에선 결함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발진 피해자들은 조사반이 급발진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의견도 듣지 않았다며 불신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일부 민간 전문가가 이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중에 급발진 공개 재현 실험을 하기로 했다. 투명한 재현 실험을 위해 관련 아이디어까지 공모했다. 이번 공개 재현 실험에 진공배력장치 검증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는 운전자 과실 때문이라지만 브레이크등이 켜진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킨 차량이 나타나는 등 급발진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민간 연구회의 주장을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며 폄하하기 이전에 진지하게 검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것이 소비자 안전은 물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자동차에 불완전한 기계장치는 단 하나라도 있어선 안 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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