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회장, 임기 1년 남기고 사임..배경은?(종합)

'농협중앙회와 관계로 금융지주 회장 한계'..수익 악화, 전산사고 부담 등 악재도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5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해 아직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농협중앙회에 권한이 집중돼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 출범 첫 해인 지난해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과 올해 3월 발생한 전산사고에 대한 부담 등도 사임을 결심한 배경으로 보인다.NH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신 회장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오전 임원들을 소집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때문에 출범 1년이 지난 농협금융의 운영을 둘러싸고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회장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의 관계 등에서 경영에 한계를 느껴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신 회장은 이날 임원 회의를 마치고 직접 작성한 문서를 홍보실에 보내 자신의 사의 표명을 발표하게 했다. 배포된 자료를 통해 신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출범 첫 해인 지난 1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신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농협노동조합에 회장 임기가 2년이지만 우선 1년간 재임 후 제반 여건을 감안해 회장직을 계속 수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결국 취임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농협금융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인 셈이다.부진한 실적도 사의를 밝힌 이유가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농협금융 1주년 간담회에서 "지난해 전사적인 비상경영에도 불구하고 7000억원의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 등으로 손익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잠정적인 순익 목표를 1조600억원으로 잡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 농협금융 출범 전 노조 등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했고 자신도 '낙하산'이라는 비난까지 들으며 취임했지만 결국 목표를 채우지 못한데다가 올해 역시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하지만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겨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앞서 사임한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과 사의를 밝힌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포기 선언한 어윤대 KB금융 회장 등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융권 인맥으로 분류됐지만 임기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됐고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의 금융지주 회장 사퇴 압박에서 비켜나 있었다.지난 3월의 전산사고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농협금융의 전산은 농협중앙회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사고로 인한 피해는 금융 고객들에게 돌아가 신 회장이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까지 고강도의 조사를 진행했고 신 회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사고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에 대해 심적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를 사임 배경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일단 신 회장은 차기 회장 인선 전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조만간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선임 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2명, 금융지주 이사회 추천 외부 전문가 2명, 농협중앙회장 추천 전문가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후보를 정하면 농협중앙회의 인가를 거쳐 최종 선임이 이뤄진다. 신 회장은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 공식적으로 퇴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지주가 새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 설립목적에 걸맞게 잘 운영돼 명실상부한 국내 유수 금융지주회사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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