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3세 새로운 리더십이 뜬다(3)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보유한 삼성계열사 지분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0만9000여주(8.37%)와 삼성SDS 지분 301만여주(4.18%)를 보유해 언니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 있다. 그러나 차이점은 있다. 이부진 대표가 이미 사장자리에서 회사 전반을 아우르며 경영 선봉장에 서며 큰 주목을 받은 반면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경영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며 대외행보를 자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대외 행보에 나서고 있다. "R&D에 집중해 차세대 소재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2일 경북 구미 전자재료사업장에서 열린 제일모직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출하식에 직접 참석해 소재사업의 선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이 부사장의 직급이나 경력은 3남매 중 가장 소박(?)하다. 그는 지난 2002년에서야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0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패션부문을 맡아 제일모직을 토탈 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데 주력했다. 특히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복합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의 통합 작업을 시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영보다는 테크닉적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부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2002년 8114억원이던 패션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1만5000원 내외였던 주가 역시 현재 9만원대로 크게 상승했다. 최근 에잇세컨즈를 만들어 패스트패션 분야에 진출한데는 이 부사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부사장은 그동안 집중해왔던 패션과 광고기획사업에서 나아가 올해부터는 전사 경영 기획을 맡아 전자재료와 케미칼 등 나머지 소재 사업부에 대한 본격적인 경영에 들어갔다. 소재분야는 제일모직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분야다.
지난달 경북 구미에 위치한 제일모직 사업장에서 OLED 제품 출하식 후 주요 임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재흥 전무, 이광희 사원대표, 박종우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부사장, 백이현 부사장, 김종섭 전무, 최윤호 전무.
그는 지난달 2일 구미에서 열린 OLED 소재 출하식에 참석한 것은 물론 지난해 7월 전남 여수 사업장에서 개최된 폴리카보네이트(PC) 2공장 준공식에도 참여해 패션사업에만 집중하던 예전보다 경영 보폭을 늘리고 있음을 증명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커버용 소재로 쓰이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이 부사장이 직접 사업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모직 외에도 삼성그룹의 광고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의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9년 말 이 부사장 영입 당시 제일기획은 "패션과 광고가 모두 창의성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패션 부문에서 쌓아온 이 부사장의 경영 노하우가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과 크리에이티브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이 최근 적극적인 대외행보에 나선 것은 이제 테크니션의 위상을 넘어 경영자로서의 이미지 제고와 보폭확대를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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