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1 대책에 강남 중소형 쏠림현상 심화…'매물 없어서 못팔아'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 전경. 잔여가구 분양을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소형은 아예 물건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가격도 조금씩 뛰고 있구요." (강남 도곡동 W중개업소 사장)4·1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확정된 지 일주일째인 지난 3일 강남의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강남의 경우 3.3㎡당 시세가 보통 3000만원을 넘기 때문에 양도세 면제 기준인 '85㎡ 이하'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형 물량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도 대책 발표 후 소형물량은 벌써부터 동이 난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소형 평수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물량이 없어 주변의 역삼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4·1 부동산대책은 '6억원 이하거나 전용 85㎡이하'의 신규·미분양,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5년간 감면해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가 6억원 이하인 주택을 살 경우 올해 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준다. 동작구 동작동의 이수힐스테이트도 소형 물량은 찾기가 어렵다. 59㎡(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5억 2000만~3000만원 선, 84㎡는 7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에서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59㎡는 위치가 좋은 곳은 아예 매매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G중개업소 대표는 "소형 평수는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세제 감면 제도 때문인지 결혼할 예정이 아닌 사람들도 재테크로 아파트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한달 전과 비교해 가격이 1000만원 정도 더 뛰었다”고 말했다. 청담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세제 혜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소형 평수를 많이 권유하고 있다. 중대형 평수는 좀 내렸지만 소형은 대부분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바뀌어 있어서 가격을 문의하는 손님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같은 강남내에서도 중대형은 부동산 대책의 사각지대다. 20년째 도곡동 진달래아파트에 살다 재건축 후 분양권을 얻어 래미안도곡카운티 106㎡에 입주한 최 모(60)씨는 "분양가보다 싸게 내놨는데 집 보러 온다는 전화 한 통 없다"며 "재건축에 갓 들어갔을 때는 조합원들이 큰 평수를 선호했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분위기가 너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교육여건도 좋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지하철역도 있는데 큰 평수는 미분양 가구도 안 빠지고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자식들은 다 컸고 장사도 잘 안돼서 가진 게 집 뿐인데 집 살 때 들인 돈에 비해 남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 동작동 이수힐스테이트 전경.

강북의 경우 중대형이어도 6억원 이하가 많아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적용을 받는다. 성북구 돈암동 해피트리의 경우 84~143㎡ 잔여물량을 분양중이며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사무소 담당자는 “양도세 감면 대상이 84㎡와 126㎡인데 84㎡는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25평은 분양가가 5억5000만원 대였는데 신일건설이 부도나면서 한국토지신탁이 인수한 후로 가격이 많이 내려가 주변 재개발 아파트에 비해 1억5000만원 가까이 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할인이 적용돼 126㎡가격이 5억원 후반대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중대형 평수는 수요가 적다보니 건설사들도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부동산거래팀장은 "양도세나 취득세 혜택 대상 중 급매물이 나온 것들은 거의 거래가 끝났고 호가가 올라서 이제는 거래가 잠시 주춤한 상태"라며 "중소형의 경우 집을 내놓는 사람들도 가격을 높게 부르려고 해서 실제 계약까지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안 팀장은 "4·1 부동산 대책이 중소형과 매수자 위주여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딱히 대책이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의 경우 6억원 이하 중대형 매물이 많지 않아서 중소형 쏠림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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