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사회에서 현재 분노와 갈등이 입체적으로 부딪히고 있다. 갈등은 잘 해결하면 '발전의 동력'이 된다. 잘못 건드리면 국정혼란의 주요 요인이다. 이처럼 민감한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갈등으로 총 69건을 선정했다. 이중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 진행형으로는 '반구대 암각화 갈등' 등이 50개, 잠재적 갈등 유형은 앞으로 문제가 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19개가 진단됐다. 단계별로 분석한 것을 넘어 주체별로 나눠보면 더욱 눈길을 끈다. 69개의 주요 갈등 중 '국가와 주민'의 갈등(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이 41개로 가장 많다. 이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안양교도소 재건축 등) 16개, '지역과 지역의 갈등'은 낙동강 맑은 물 공급 등 12개로 나타났다. 갈등의 대부분이 국가와 주민 사이에 일어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국가와 주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은 다양한 문제 해결방식을 내놓았다. 우선 환경영향평가 등 객관적 조사와 분석을 통한 합리성과 명분을 쌓겠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 국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토론하고 명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구태의연한 정책에 불과하다. 그동안 환경부는 사전 환경영향평가 등에 나섰지만 언제나 개발과 정부 논리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보다는 강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국무조정실은 조사와 분석을 통해 국가와 주민의 갈등에서 합리성을 찾겠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해 보인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립적 기능이 아니라 주민을 일방적으로 이끌고 회유하기 위한 절차가 될 소지가 있다. 국무조정실은 또 국민과 국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론 형성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한 단계 앞선 갈등 조정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는 빠지고 국민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허점이 있다. 최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4개강을 둘러싸고 조사위원회 구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조사위원 선정을 두고 그동안 4개강추진본부에 있었거나 4대강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포함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립적, 객관적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4대강 찬성론자'를 외부 전문가로 포장해 국가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전문가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시대가 흐를수록 갈등 구조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일 수밖에 없다. 국무조정실이 '선제적 갈등관리'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중요하게 보고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관리를 국가가 강제하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다면 이는 관리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국무조정실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갈등구조를 해결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지난 1일 세종청사 국무조정실 1층에 총리실 직원 모두가 모여 새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워크숍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홍원 총리는 "국무조정실이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다짐을 적은 '다짐 트리(Tree)'를 만들고 마지막에 복숭아 사진을 붙였다. 행복과 희망을 상징하는 복숭아 열매가 새 정부 5년 동안 주렁주렁 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나무가 시들어 버릴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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