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세계 억만장자들이 세금 피해 재산 빼돌리는 수법

역외 32조 달러 재산 은닉...10만 명이 9조8000억 달러 보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러시아 14위의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는 95억 달러의 재산분할 문제로 5년째 부인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키프로스,스위스,싱가포르,영국 등 최소 7개국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

그의 부인은 리볼로블레프가 제 3자를 이용해 그녀의 손에 재산이 닿지 않도록 해외 기업과 신탁회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들 회사와 신탁은 약 5억 달러어치의 미술품과 3600만 달러어치의 보석류,8000만 달러 짜리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며 60억 달러의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러시아 최대 갑부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올해 초 재산가치 126억 달러인 두 개의 지주회사를 포함해 총 197억 달러의 재산 중 대부분을 아일랜드의 USM홀딩스 아래로 편입시켰다.그는 또 프랑스 북서부의 영국령 저지섬에 있는 지주회사를 통해 영국의 축구팀 아스널을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총재산 134억 달러를 가진 미국의 에너지 재벌 조지 카이저는 카이저가족재단에 34억 달러의 재산을 맡겼다.재단은 2003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1억1000만 달러를 지급한 뒤 카이저가 독일 회사와 함께 소유하고 있는 가스운반회사에 통제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한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피하면서도 실질소유권을 보존해 행사하기 위해 애용하는 수법들 중 일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억만 장자들은 면세혜택을 받는 민간재단을 설립해 재산을 편입시켜서 세금은 적게 내면서 재산권을 행사하고 있다. 네덜란드식 재단이나 리히텐슈타인재단,독일의 비상장 유한책임회사가 그것들이다.

잉바르 캄프라드

세계 최대 가구회사 이케아의 잉바르 캄프라드는 1980년대 네덜란드에 설립한 재단에 주식을 맡겼다가 훗날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리히텐슈타인에 설립한 재단으로 옮겼다.그는 이케아 주식은 직접 소유하지 못하게 됐지만 재단을 통해 실질 소유권은 행사한다. 재단을 활용해 세금을 피하면서도 재산은 보존하는 전형이다.독일 최대 갑부인 디터 슈바르츠는 1999년 자선목적의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해 본인 소유의 슈퍼체인 두 개의 재산을 맡겼다.유한책임회사는 자선목적으로 3000만 유로를 설정했으나 슈바르츠는 이 회사를 통해 236억 달러의 재산을 통제하고 있다.영국의 의류체인 재벌인 필립 그린은 국적변경과 지주회사,세금피난처를 전부 활용한 케이스다.그는 런던에 세운 투자회사를 통해 의류 체인을 지배하고 있다. 이 투자회사는 세금피난처 저지섬에 세운 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 지주회사가 모나코에 사는 부인 소유다. 이런 구조덕분에 투자회사가 부인에게 지급한 12억 파운드(미화 23억 달러)의 배당금에 대해 그는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이것도 싫으면 세금을 적게 내는 주나 국가로 법인을 이전시켜 버린다. 미국의 법인들 중 절반이 등록한 델라웨어주는 세부담을 40%를 깎아주고 임원이나 등기이사가 미국인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아예 세금피난처에 서류상의 지주회사를 설립해 소유권을 이전해 세금을 내지 않는 억만장자도 부지기수다. 케이먼제도는 역내에 설립한 펀드에는 소득이나 투자에 대해 어떤 형태의 세금도 물리지 않아 억만장자들이 애용하는 피난처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저지섬도 억만장자들이 선호하는 세금피난처다. 모나코에 살고 있는 리볼로블레프는 반고호와 모네,피카소 등 고가의 미술품을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가 소유케하고 싱가포르에 보관하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 리카싱

자산 275억 달러인 홍콩의 부동산 재벌 리카싱은 청쿵부동산의 지분 43%를 케이먼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회사와 신탁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재산규모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나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부자들이 역외에 감춰놓은 재산이 2010년 말 현재 32조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제임스 헨리의 조사에 따르면, 10만 명 미만의 부자들이 보유한 역외재산은 9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합계자산이 2조8000억 달러인 세계 200대 부자의 30% 이상이 재산을 역외 지주회사나 간접으로 지배하는 국내 법인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구조는 과세당국으로부터 재산을 감출뿐더러 정부의 압류나 소송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설명했다.지금까지는 이렇다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부자들이 재산을 감추기는 점점 더 어려울 것 같다. 은행비밀주의를 고수해온 리히텐슈타인은 2009년부터 금융기관에 계좌소유자 정보를 보유하고 필요시 공개하도록 했으며 안도라 공화국과 스위스도 국가간 계좌정보 교환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아시아 금융산업 중심지 싱가포르는 7월1일부터 탈세 이득세탁을 범죄로 처벌할 예정이어서다.키포르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10만 달러 이상의 예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자 24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 자금은닉처라는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더라도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기어렵듯이 조세정의가 실현되는 곳에서는 부자들이 재산을 보전하기 어렵다. 때문에 돈이 많고 똑똑한 부자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재산을 보존하거나 숨길 곳을 찾느라 분주하다. 머지 않아 새로운 수법이 등장할 것 같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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