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부의 예산안 제출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충실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조치다. 여야는 물론 정부 또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헌법 규정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추경 예산안을 보름 만에 처리키로 한 마당에 기간을 늘리는 것보단 예산안 처리 과정의 여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기를 회계연도 개시 120일 이전(9월 2일)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다. 현재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10월 2일)까지 제출토록 규정돼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헌법에서 회계연도 개시 30일 이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토록 규정한 점을 미뤄볼 때 심사 기간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난다.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 위원장인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심사결과 보고에서 "내년에 제출되는 '2015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제출을 10일 앞당기고, 그 다음연도에 또 10일을 앞당기는 등 총 30일을 앞당기는 것"이라며 "조기제출 관련 성과를 평가·점검한 뒤 이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개정안은 국가의 한 해 살림살이를 충실히 점검하겠다는 차원에서 발의됐다. 이에 대해 여야는 큰 이견 없이 합의를 이뤘다. 정부도 부정적이진 않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도 "정부는 '국회선진화법'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예산 제출 시기를 앞당기는 법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예산안 심의 과정을 보면 정부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소관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종합심사, 본회의 심의, 확정으로 종결된다. 한국은 심의 기간이 60일인 반면 프랑스는 약 70일, 스웨덴은 90일, 영국과 미국은 각각 120일, 240일 등이다.특히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사하는 60일 가운데 실제로 예산의 증액과 감액이 이뤄지는 기간은 한 달도 안 된다. 증액과 감액을 담당하는 계수소정 소위의 경우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운영되지 않는다.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부실심사가 이뤄지고 이곳저곳에서의 쪽지를 통한 민원성 예산이 폭주하기도 했다.개정안의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 제54조2항에 예산안 제출 시점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으로 규정돼있어서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령만 수정할 경우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왔다.일각에선 정치권이 해마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을 벌이며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제도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예산 심사 과정을 지역구의 예산 확보 수단으로 삼는 의원들의 자세는 고치지 않고 기간만 늘린다고 충실한 심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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