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어제 수의계약으로 그룹 내 계열사에 맡겨온 광고와 물류 분야의 일감 일부를 경쟁입찰을 통해 중소기업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금액이 연간 6000억원 규모로 전체 광고와 물류 일감의 절반에 해당한다. 앞으로 건설, 시스템통합(SI) 분야 일감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이 골목상권 보호와 더불어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평가할 만하다. 계열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는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중소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다.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통상 대기업 총수 자녀들로 하여금 계열사를 만들도록 한 뒤 그룹의 일감을 몰아줘 손쉽게 규모를 키우는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나 편법 재산증여의 통로가 된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현대차가 이번에 내부거래 일감을 줄이기로 한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와 광고회사 이노션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글로비스의 내부거래는 82%(1조455억원), 이노션은 52.7%(2005억원)에 달했다. 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대주주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국세청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증여세를 물리라고 가장 앞서 거론한 회사가 글로비스다. 현대차가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해서든, 자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에서든 내부거래를 자제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현대차 외에 삼성과 LG, SK, 롯데, 포스코, 효성 등도 최근 광고나 건설 분야 등에 경쟁입찰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재계는 더 적극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중소기업계는 현대차의 일감 몰아주기 자제를 환영하면서도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지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그룹끼리 일감을 주고받는 '일감 스와핑'을 우려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오일뱅크와 1조원 규모의 원유수송 계약을 체결했다. 편법 내부거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은 외부 업체 개방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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