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통수' 1.4조원 국제물류펀드, 올초 슬그머니 청산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조3800억원 규모의 국제물류투자펀드가 장기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청산됐다. 줄도산 위기에 처한 해운 및 물류업계와 빗장을 세운 금융권의 손사래, 이해부족의 국회 앞에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해외 영토 확장 꿈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11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물류네트워크(GLN)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물류투자펀드가 청산됐다. 물류펀드는 정부가 글로벌종합물류기업을 육성키로 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12월 금융권 및 공공기관과 조성한 사모펀드다. 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산은펀드가 8800억원, KB국민은행, 수협, 농협 등 국민·수협펀드가 5000억원을 출자해 총 1조38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그동안 지원실적이 없는데다 펀드자금 중 정부가 여수항만공사에 출자한 300억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청산 논의가 본격화됐다. 새누리당 등 대다수 의원들은 지난해 임시 국회에서 펀드가 사실상 운영되지 않으면서 국가 예산만 묶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며 향후 펀드 청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지난해 말 금융기관 및 각 항만공사의 매입약정기간(5년)이 도래하면서 펀드는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5년간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부도 올 2월 300억원을 국고로 환수하면서 펀드는 청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부활과 해운경기 회복 전망으로 투자여건이 조성됐지만 그동안 실제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의 지적도 있어 펀드를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글로벌종합물류기업의 육성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물류투자펀드 출범 당시 정부는해외 항만의 운영권을 확보하거나 해외 주요 물류거점에서의 3PL업체, 터미널 운영사, 해운선사의 경영권 인수 및 합병 또는 해외 파트너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설립 이래 현재까지 검토한 사업은 총 22개에 달한다. 하지만 지원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정부는 2008년 9월께 한진해운, 동부익스프레스 등 컨소시엄이 입찰한 루마니아 콘스탄자 3부두 개발·운영 프로젝트를 지원키로 했으나 지원에는 실패했다. 이어 2009년1월 장금상선, 대우로지스틱스 등이 참여한 러시아 나호드카항 컨테이너 부두 개발·운영사업도 사업성이 떨어져 포기했다. 경기침체도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2007년 경기 초호황기에 출범한 펀드는 연간 수익률 12%를 목표로 사업 대상을 물색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로 경기가 추락하면서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사업은 전무했다. 빗장을 세운 금융권에 대한 물류업계의 비난이 쇄도하면서 목표수익률은 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침체일로의 경기 앞에 8%도 버겁긴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이후 펀드 출범과 함께 개설한 국제물류투자분석센터를 통해 해외물류사업 투자 설명회까지 개최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해운 등 물류업계가 직원 월급 주기에도 빠듯한 형편으로 전락해 해외 신사업 진출이 요원해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물류 특위 등이 없어 나온 결과"라며 "존망의 위기에 놓여 있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기는 커녕 있는 것까지 없애 버린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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