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여파로 대(對)일본 수출이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대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이 가시화한 1월만 해도 7.3% 늘었던 수출이 엔화 약세가 본격화하자 2월(-17.4%)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1~10월 내리 감소했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직까진 한국의 대일 수출물량 자체가 줄어들기보다 60% 가까이 엔화로 결제되는 수출대금을 달러로 계산하면서 엔화가치 하락분만큼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리란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선됐던 대일 무역역조가 다시 심화될 것이다. 일본 시장만 문제일 리 없다. 선진국 시장에서 한ㆍ일 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ㆍ전자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수출이 일본차에 밀리면서 10.4% 줄었다. 자동차를 포함한 대미국 수출이 15.4% 감소했다. 과거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에 눌리고 중국의 가격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기술력 급상승과 일본의 엔저 공세로 두 나라에서 가격ㆍ기술 양면의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가격을 뛰어넘어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고루 갖추는 한편 정부가 나서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줘야 할 것이다. 엔저로 피해를 본 중소 수출기업에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을 찾아가는 환율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지만 2% 부족하다. 엔저 영향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더 약화될 수 있다.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는 과감한 정부 정책이 요구된다. 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회복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4ㆍ1 부동산 대책에 맞물려 재정과 금융을 망라한 종합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양도소득세ㆍ취득세 한시적 면제를 골격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재정적자만 키울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예산 편성 등 가능한 정책 패키지 조합을 서두를 시점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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