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회의도 없다, 참 이상한 정부기재부 장·차관 공석에 관계부처회의 취소두 차례 국무회의도 경제 정책 안건 실종[아시아경제 정종오·이윤재 기자]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가오고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경제 정책은 실종됐다. 긴밀하게 움직여야 할 경제 부처들은 관련 회의마저 잇따라 취소했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친 뒤 장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서울 사무실로 출퇴근만 반복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끌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장의 인사청문회는 아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국무회의도 주요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별다른 안건 없이 진행됐다. 경제를 살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던 새 정부의 외침이 출범 한 달 만에 잦아들고 있다.◆경제 정책, 논의가 없다=기재부는 장관 주재로 물가 흐름을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물가관계부처회의를 매주 금요일 개최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25일 이후 물가관계부처회의는 기재부 신제윤 1차관이 주재했다. 그런데 22일 예정됐던 관련 회의가 취소됐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신제윤 1차관의 인사청문보고서가 20일 채택되면서 사실상 1차관의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주재하는 회의인데 장·차관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회의를 이끌어갈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물가관계부처회의는 실물 경제를 챙기고 현황을 파악해 전체 물가안정 방안을 논의하는 부처 간 협의회의체이다. 계절에 따라, 국제 경제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원자재와 특정 품목에 대한 실시간 가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정상적이라면 현재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매주 수요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로 승격되면서 폐지됐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부활돼 매주 수요일 열리기로 됐다.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이 회의는 그러나 부총리 부재로 인해 새 정부 들어 한 번도 개최되지 못했다. 경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요 회의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진 상황이다.◆국무회의, 중심이 없다=박근혜 정부 들어 국무회의는 3월10일과 21일 두 차례 열렸다. 매주 화요일 열겠다던 국무회의는 취소되거나 연기되곤 했다. 여기에 기재부·미래부·국방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만 반복됐다. 지난 21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홍원 총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는 만큼 새 정부가 하루빨리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는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도록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아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지난 19일에는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가 취소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주요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하는 우리나라 최고 의 심의·의결 회의체인 국무회의 마저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관 공석 경제 부처는 공전=기재부 장관 현오석 후보자는 현재 서울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에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현안 보고만 받고 있다. 후보자 신분으로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청문회 이후 몇 번 임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재부에서는 장관 임명에 따른 구체적 일정까지 마련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늘(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된 이후 청와대에서 현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장·차관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한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잇따라 불거진 의혹으로 인해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로펌 근무 경력과 재산 문제 ▲세금탈루 ▲논문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청문회 개최 불가'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언제 열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만치 않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실종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박근혜 노믹스'가 첫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세종=정종오·이윤재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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