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훈련 조끼 속 숨은 '최心'

[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2014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앞두고 파주NFC에 모였다. 소집 이틀째 훈련이 열린 19일. 첫날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간단한 패스 훈련과 골대 간격을 좁힌 미니 게임 등으로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을 채웠다.눈길을 끈 것은 선수들이 입은 조끼였다. 총 세 그룹으로 분류됐다. 공격수는 노란색 조끼를, 중앙 미드필더는 녹색 조끼를 입었다. 수비수들은 조끼를 입지 않았다. 이들은 그룹별로 번갈아가며 미니 게임을 펼쳤다. 특정 포지션만으로 팀이 짜인 탓에 서로 공수를 분담해야 했다. 김신욱이 수비수로, 최철순이 공격수로 나서는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50여 분간 이어진 대결에선 수비팀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훈련을 마친 최 감독에게 조끼 배분과 훈련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실제 경기에서도 공격수가 수비를, 수비수가 공격을 해야 할 때가 있다"라며 "포지션 별 선수 컨디션을 점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수비팀이 강세를 띈 점에 대해선 "원래 이런 미니게임은 수비가 중요해 대부분 수비수팀이 이긴다"라며 웃어보였다.짧은 얘기 속에서도 그의 카타르전 밑그림을 읽을 수 있었다.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카타르는 극단적 수비와 함께 세트피스-역습으로 '한방'을 노릴 공산이 크다. 밀집 수비를 뚫고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지 못한다면 자칫 상대 흐름에 말려들게 된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한 팀은 계속 두드리고 다른 팀은 수비 위주로 하는데, 오히려 두드리는 팀이 골을 허용하면 경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물론 수비수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을 노려야 할 이유다. 반대로 수비 시에는 앞 선에서부터의 압박과 적절한 커버플레이로 빈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날 미니게임 역시 이러한 최 감독의 속내가 담긴 훈련인 셈이다.구자철의 조끼 색깔에서도 전술 방향이 드러났다. 그는 공격수 그룹을 뜻하는 노란 조끼 대신 녹색 조끼를 입었다. 그동안 그는 대표팀에서 주로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사실상 처진 공격수였다. 역할이 바뀌지 않는다면 공격수 그룹에 포함되는 게 맞다. 그럼에도 기성용·신형민·하대성·황지수 등과 발을 맞추게 했다. 단순히 그룹별 숫자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라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4-2-3-1 포메이션은 치열한 허리 싸움에 적합한 전술이다. 공격수 한 명을 빼는 대신 중원을 두텁게 쌓기 때문이다. 반면 수비적인 상대로는 효용성이 떨어지기 쉽다. 특히 중앙선 아래로 주저앉을 카타르를 맞아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쓰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다.오히려 전진배치를 통한 공격력 강화가 필요하다. 지난달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전반전에 4-1-4-1 포메이션을 실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최 감독은 구자철-기성용을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신형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덕분에 전방에서의 패스 흐름이 원할했고, 손흥민·지동원·이청용 등 최전방-측면 자원과의 스위칭 플레이도 힘을 발휘했다. 4-4-2로 공격수를 한 명 늘린 후반전보다도 공격 효율이 좋았다. 상대 역습에 대한 우려는 구자철과 기성용의 적절한 역할 분배로 해결할 수 있다. 둘 중 한명이 적극적으로 최전방에 가담할 경우, 다른 한 명은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하다 볼이 끊기면 재빠르게 내려와 순간적으로 4-2-3-1 형태로 수비를 보강한다. 이날 미니 게임에서도 둘은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기존 4-2-3-1이나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더라도 둘은 중앙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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