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협의이혼 반년 전에 이뤄진 부부 간의 수억원대 금전 거래가 세금을 피할 목적이었는지 여부를 두고 이혼의 실체가 도마에 올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정부가 A(62·여)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대법원은 “금원 지급은 A씨 주장대로 실질적으로는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볼 여지가 상당하며, 재산분할로 지급한 것이 사실이라도 그것이 상당한 정도를 넘는 과대한 것이라면 그 상당성을 벗어나는 초과 부분만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며 “협의이혼과 금원지급 경위 등을 좀 더 심리해 실제 재산분할 해당 여부 및 쌍방의 재산 보유 상황 등 혼인 이후 이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정을 종합해 A씨가 받을 적정한 재산분할 액수를 확정한 다음 초과 부분이 있을 경우 그 부분에 한해 사해행위 취소를 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B씨는 2007년 8~10월 자신 소유 부동산 3곳을 팔고 받은 매매대금 가운데 3억 3000만원을 같은 해 12월 초 당시 부인 A씨에게 줬다. 반년여 뒤인 이듬해 5월 말 A씨와 B씨는 협의이혼했다. 정부는 B씨가 A씨에게 증여한 돈은 B씨가 물어야 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4억 3500여만원 등 조세채권과 B씨에 대한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이므로 취소하라고 2011년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A씨는 “사해행위가 아니며,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앞서 B씨 빚을 갚아주고 받아야 했을 돈 내지 재산분할에 따른 것이지 증여가 아니다”고 맞받았다.재판 과정에선 A씨와 B씨의 이혼이 세금을 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가장이혼인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앞서 1·2심은 이혼의 실질을 가장이혼으로 봤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B씨가 갚아야 할 돈은 1억 6900만원 및 이자에 불과한데 그 2배에 해당하는 돈을 준 데다 6개월 이후에 있을 이혼을 위해 재산분할 명목으로 미리 금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점, 이혼 후에도 A씨와 B씨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A씨가 B씨의 통신요금 등을 부담한 점 등에 비춰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채권 담보에 부족이 생긴 1억 5200여만원 범위 내에서 증여계약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뒤이은 2심도 B씨의 재산·채무를 다시 계산해 취소 범위를 10여만원 줄였을 뿐 1심과 사실상 같은 결론을 냈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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