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감자의 재탕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이런 회사를 믿고 투자한 내가 원망스럽다. 이젠 코스닥시장을 쳐다보고 싶지 않다."3.1절 연휴를 마치고 기분좋게 직장에 출근한 A씨의 표정이 금새 어두워졌다. 그가 투자한 엔터기업 B사의 주가가 장초반부터 하한가를 기록한 것. 웬일인가 살펴보던 A씨는 이내 분통을 터뜨렸다. B사가 연휴를 앞두고 장종료 후 올빼미 공시를 통해 3대1 감자를 발표한 것이다. 3년 전의 악몽도 떠올랐다. 당시 B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한다며 감자를 단행,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최근 자구책으로 감자를 발표하는 상장사들 중 대부분이 과거에도 감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10대1 감자를 발표한 이노셀은 과거 서울이동통신 시절 두 차례의 10대1 감자를 단행한 전적이 있는 기업이다. 두차례 감자에 당시 서울이동통신 주주들의 주식수는 1/100토막이 났다. 이후 구조조정조합을 거쳐 2005년 줄기세포기업 이노셀로 사명까지 바꿨지만 다시 대규모 감자 악몽을 재현했다. 만약 2003년 4월 이전 이노셀(당시 서울이동통신)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보유한 투자자라면 10년간 주식 수가 1/1000로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4년 두번째 감자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한 자본금 폭증을 생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가 희석은 더 심해진다. 2004년 10월 두번째 감자를 완료한 직후 서울이동통신의 자본금은 3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8년반동안 자본금은 579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이노셀은 만성 적자기업이었다. 546억원이 넘는 자본금 증가가 모두 증자 등으로 채워졌고, 결국 다시 대규모 감자로 상황이 내몰리게 된 것이다.지난달 28일 4대1 감자를 결정한 웰메이드스타엠도 감자 경험자다. 2010년 4월 3대1 감자를 결정하고, 그 해 6월 감자를 완료했다. 감자 이후 잇단 증자로 자본금이 늘어난 것은 이노셀과 비슷한 모양새다. 감자 후 93억원으로 줄었던 웰메이드 자본금은 추가 감자를 결정한 최근 170억원으로 늘었다. 이 사이 웰메이드 역시 대규모 적자행진을 면치 못했다.지난달 6대1 감자를 발표한 아트원제지는 이번이 세번째 감자다. 이엔페이퍼 시절이던 2003년 6대1,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직후인 2009년에도 30% 감자를 단행했다. 증시 한 관계자는 "감자 후 증자를 통해 회사가 우량회사로 거듭날 수도 있지만 만성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면 다시 감자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정착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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