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빠져있는 박근혜 금융

41개 국정과제 중 금융 육성 책 하나 뿐... 금융을 정책 수단으로만 인식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을 '산업'의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제조와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의 자금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른바 '금융홀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금융권에서는 규제는 많아진 반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비자보호가 금융권의 화두로 자리잡다 보니 이 같은 금융권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금융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말 활동 종료와 함께 발간한 140대 국정운영과제를 보면 산업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섹션에 나온 41개 과제 가운데 금융산업 발전을 언급한 부분은 '자본시장제도 선진화' 단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선진형 투자은행(IB)육성과 조건부자본증권 허용, 코넥스 신설 등이 포함돼 있다.소비자 권익보호, 금융서비스 공정경쟁 기반 구축,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 대응 등도 금융분야 국정과제로 거론됐지만 산업 자체의 발전 보다는 지원 수단에 머물고 있다.과거 정부가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참여정부)' '우리금융 민영화와 산업은행 기업공개 등으로 거대금융기관으로 키울 것(MB정부)'이라고 언급한 점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박근혜 정부는 과학기술, ICT 등 첨단 제조업을 비롯해 농림축산, 보건, 고령친화사업 등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이 같은 견해에 대해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의 속성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융의 본질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인 만큼 현 정부가 금융을 홀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금융산업 발전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원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금융만을 키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실물과 괴리된 금융 발전은 오히려 거품만 야기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 경제팀에 금융전문가가 별로 없다는 점도 '금융홀대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신제윤 재정경제부 1차관이 새 정부 경제팀의 유일한 금융전문가일 뿐,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은 경제기획원 출신이다.하지만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을 맡았던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이에 대해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은 과거 금융 관련 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면서 "단순히 출신만 놓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주형환 경제금융 비서관도 경제기획원 출신이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추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금융전문가가 반드시 경제전반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아직 금융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일 뿐 결코 홀대하는 게 아니다"며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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