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일수록 열악한 근로환경…국회 입법조사처 '학력 차별 금지법 제정해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전문대학을 졸업한 29세 미만 청년의 고용률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고용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대를 졸업한 청년 취업자는 상대적으로 영세기업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학력차별을 금지해야 청년 실업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지난 2012년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전문대를 졸업한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2.7%로 대졸 이상의 학력의 청년(78.7%)에 비해 높다. 또 이들의 실업률은 7.1%에 불과해 대졸 이상(8.7%)이나 고졸 이하(8.1%)에 비해 낮았다.그렇다고 고용률과 실업률만 보고 무턱대고 전문대 진학을 선택하기엔 이르다. 이는 대표적인 통계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기업에 취업했는지, 근무형태는 어떤지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우선 학력이 높을수록 더 큰 기업,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학력일수록 3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았다.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청년의 대기업 취업률은 16.0%지만, 전문대 졸업생은 11.4%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4인 이하 영세 기업에 근무하는 전문대 졸업생 비율은 18.1%로 대졸 이상 학력자(14.0%)에 비해 높았다. 특히 고졸 이하의 경우 35.7%가 영세 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다.근무형태를 보면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청년 취업자의 78.5%가 상용 근로자인 반면 전문대 졸업자는 73.2%, 고졸 이하는 40.3%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상용 근로자란 1년 이상 고용계약을 하고 취업한 자로, 정규직 근로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학력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박기현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20일 '청년 고용현황과 정책과제'라는 현안보고서를 통해 "학력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고용 영역에서 학력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조사관은 "학력지상주의의 결과로 야기된 청년층의 고학력화가 중소기업의 구직난과 청년실업의 공존이라는 인력 미스매치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고학력화에 따른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막기 위해 학력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금까지의 청년 고용정책이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고서에서는 "정부는 청년 고용대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했지만 청년 고용문제가 지난 10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는 등 일자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아울러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학력차별 금지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보험 가입률 제고 ▲공공고용서비스 효율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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