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창조경제의 새 키워드 '지역'

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

오늘날 우리는 지방의 미래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지역 과학기술의 공동화 현상, 수도권ㆍ대전 쏠림현상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지, 지방을 창조 경제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혁신도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혁신도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초대형 이슈에 묻혀 우리의 관심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추진동력도 많이 약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이전되는 공공기관을 기반으로 장차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유치할 계획이나 지역별로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지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혁신도시에 지역과 연관된 콘텐츠, 운영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리고 혁신도시를 통해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구상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를 '지식창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주변 지역을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및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연구개발 클러스터'로 만들고, 지역 인재뿐만 아니라 세계 우수인재들이 혁신도시로 유입되는 정주여건을 갖춘 '창조도시', '과학기술중심도시'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 열도의 최북단에 있어 여건이 안 좋던 홋카이도는 1970년대부터 과학기술진흥에 역점을 둔 결과, 1990년대부터 지식창조, 창조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대학과 기업군의 연계ㆍ융합을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삿포로 바이오 클러스터, 하코다테 마린 바이오 클러스터를 비롯해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서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리서치ㆍ비즈니스 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과학기술의 진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조직으로 (재)홋카이도과학기술종합진흥센터를 설립해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한 연구개발 지원 사업을 지자체가 투자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지역의 번영과 쇠락을 쉽게 알 수 있는 지표는 지적 자산, 우수 인재의 집중이다. 우수 인재가 몰리는 지역은 교육 및 정주여건이 좋고, 더불어 좋은 일자리가 많다. 기업은 우수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몰려든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매력 있는 지역으로 변모함으로써 지역의 우수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혁신도시 내에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하고, 공동 연구개발(R&D) 혁신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두 번째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공동 연구개발(R&D) 혁신 센터(공동법인) 조성과 관련해 조세특혜와 보조금 정책,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지역과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책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지역산업 기반인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속도와 상품개발 역량을 지원하는 지원체계(테크노파크, 과학연구단지 등)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각 지역이 중소 제조업 중심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창조적인 인재들이 모여들어 그 재능을 자유롭게 펼치는 '창조도시'로 거듭날 때, 지방과의 진정한 상생 시대가 열릴 것이다. 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지방이야말로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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