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카이스트(KAIST) 서남표 총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났다. 총장이 된 지 6년7개월. 그는 오는 2월23일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카이스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서 총장은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며 "카이스트 총장과 발전재단 이사장직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고 아직 지키지 못했는데 남은 기간에 이를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카이스트 총장이 발전재단 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1월31일 새로 선임된 강성모 전 UC머시드대 총장에 대해 잘 아느냐는 질문에는 "간접적으로 안다"며 "카이스트는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후임 총장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서남표 총장

현 총장과 신임 총장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은 "오는 23일 아침에 나는 미국으로 떠나고 그 사람(강 신임 총장)은 23일 밤에 한국에 온다"며 "가능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후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배경 설명도 보탰다. 그러면서 서 총장은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것이고 이번에 (미국으로 가면) 다시는 안 올 것"이라고 말해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음을 내비쳤다.미국에서는 책을 쓰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내가 세운 연구소도 있고...그곳에서 책을 두 권 정도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공부한 시절부터 카이스트 총장까지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재임시절 무선충전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무선충전 전기자동차는 카이스트에서 현재 운행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구미에서 직접 도로에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모바일 하버는 이른바 '움직이는 항구'로 접안이 어려운 대형 선박의 하역작업을 위해 항구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서 총장의 퇴임과 함께 이 사업도 어려움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두 가지 사업은 이제 카이스트를 떠났고 연구결과를 가져간 회사가 앞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총장으로 아쉬운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문화가 필요한데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세계 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서 총장은 "총장은 매니저도 아니고 지도자, 관리자와도 다르다"며 "총장은 비전을 만들고 비전에 맞게 방향을 정하고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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