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관세 25%"
"내년 1월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
멕시코, 북미 시장 겨냥한 수출 거점지
전자·자동차·정유업계 등 현황 파악
산업부도 트럼프 동향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첫날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을 관세 정책 수위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년) 1월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거점으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았다. 우리 기업들도 멕시코를 전초기지로 삼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멕시코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1위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의 발언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간 멕시코에 진출해 생산 기지를 운영해 온 우리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제품 원가 경쟁력을 분석하고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공급되는 제품의 생산지 운영을 다각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업계의 경우, 삼성전자는 케레타로에서 가전 공장을, 티후아나에서 TV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에 신규 공장을 착공한 LS전선도 향후 여파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안을 마련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8월 케레타로에 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인 버스덕트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착공했다.
자동차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완성차업체는 기아다. 기아는 몬테레이에서 연간 25만대를 생산 중이다. 기아는 이 중 15만대 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는 몬테레이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모비스 멕시코 법인은 기아 멕시코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 등에 모듈과 램프 등을 공급 중이다. 다만 미국 공장에 납품되는 양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산 부품이 아닌 이를 탑재한 완성차에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부품사들의 여파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세계 석유 수요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아래에서 국가 간, 대륙 간 무역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수송용 석유 수요가 감소해 글로벌 석유 수요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낮아지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업황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는 트럼프 당선인 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세 폭탄이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2일 기아, HL만도, LG이노텍, 현대모비스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 진출 기업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정부의 멕시코 통상 정책 변화에 대비해 우리 진출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사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간담회에서 "멕시코 연방정부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주정부와도 협력 채널을 구축, 가동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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