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간담회 455회, 이동거리만 지구 한 바퀴 반…정부와 10건 협의하면 6건은 수용, 하루 평균 1건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규제개혁은 한국이 미국을 앞서 간다." <크리스토퍼 귀스 미국상의 본부장> "한국의 규제개혁 사례를 배우고 싶다. 조언을 부탁한다." <그렉 두로셔 캐나다 캠브리지상의 회장>이른바 '경제계 UN'으로 불리는 세계상공회의소 총회(WCC)에서 나온 한국의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에 대한 평가다. 이 회의에서 추진단의 규제개혁 활동은 전 세계 5대 기업지원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세계가 인정한 추진단의 5년 성과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4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은 24일 "지난 5년간 기업활동을 저해한 굵직한 대못규제부터 손톱 밑 가시규제까지 총 1866건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추진단이 기업애로를 발굴하기 위해 공식 개최한 간담회는 지역별 125회, 업종별 330회. 이동거리만 5만4218㎞로 지구 한 바퀴 반에 육박한다. 20여명의 추진단 전담인력이 하루평균 규제 1건을 푼 셈으로 매일 판 발품만 30㎞에 달한다.규제해소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한 과제는 총 3076건. 이 중 1866건이 받아들여져 60.7%의 수용률을 달성했다.5년간 개선된 규제를 분야별로 보면 창업·입지규제가 2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노동·안전(257건), 주택·건설(232건), 금융·세제(199건), 환경(161건) 순이었다. 규제를 가장 많이 개선한 부처는 국토해양부(300건), 건의 대비 수용률이 가장 높은 부처는 관세청(75.7%)으로 나타났다.대한상의 규제개혁추진단은 "추진단 출범 초기에 창업·공장입지나 환경·건설 관련 규제 건의가 많았고 이중 상당수가 개선됐다"며 "최근에는 유통물류, 관광, 금융 등의 서비스업 건의나 전업종을 포괄하는 노동관련 건의가 늘고 있는 만큼 새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추진단에 가장 많이 건의한 과제는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적용'(21회)이 꼽혔다. 이어 공장 건폐율 제한 완화(16회, 개선), 외국인근로자 고용인원 확대(15회, 미개선),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인상에 대한 기업부담 완화(12회, 개선), 기간제 및 파견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11회, 미개선) 등이 뒤를 이었다. 부처와 가장 많이 협의한 건의과제는 공장입지 이후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공장의 소음기준 합리화(8회), 공장증설시 연접개발규제 개선(6회), 정수기통과수의 수질기준 개선(5회), 민간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선정기준 개선(5회),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인상에 대한 기업부담 완화(4회) 순으로 나타났다.서울을 제외하고 건의과제를 많이 낸 지역은 광주(135건), 울산(105건), 부산(104건), 대전(68건), 대구(63건) 지역 순이었고, 서울에서 소상공인이 건의를 많이 한 지역은 중랑구(38건), 강남구(25건), 성북구(12건), 도봉구(12건), 구로구(9건) 순이었다. 광주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중소건설사·주택업체가 많아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애로가 접수된 것으로 풀이된다.추진단의 규제개혁 활동은 실제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추진단에 기업애로를 건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5년의 규제개혁 활동이 경영활동에 도움이 됐는지'를 물은 결과, 75.5%의 기업이 '그렇다'고 답했다. 규제개혁 만족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2009년 38.9%에서 2010년 41.6%, 2011년 46.4%, 2012년에는 47.3%로 상승했다. 대한상의 규제개혁추진단은 "민간 주도로 규제개혁이 이뤄져 기업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게 된 것은 물론 기업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돼 효과가 높았다"며 "특히 체계적·개별적 규제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이동근 규제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은 "현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이 많은 기업과 전문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새정부에서도 민간합동규제개혁추진단이 계속 존속돼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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