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지난해 12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핵심 부품 대부분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장거리 로켓의 기술력이 실제 부품을 통해 정밀 분석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방부는 21일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9일까지 29일간 진행된 분석작업에는 미국 전문가를 포함한 52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에서 지난해 말 인양한 북한 장거리 로켓 1단 추진체의 최종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 외부세계의 도움 없이 사거리 1만㎞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한이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과 부품 조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자체 제작 부품 외에 중국과 유럽 등 5개 국가에서 전자기기 센서와 전선 등 부수 장치에 필요한 10개 상용부품을 수입하기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들 부품 중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저촉된 부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발사된 북한의 '은하 3' 로켓은 이번 분석 결과 1단 15m, 2단 9.3m, 3단 3.7m, 위성탑재부 2m 등 전체 길이 30m, 총중량 91t(산화제 48t 포함)으로 추정됐다. 이 로켓은 엔진으로 주엔진 4개, 보조엔진4개 등 8개를 사용했다. 추진력은 주엔진 108t(4개×27t), 보조엔진 12t(4개×3t) 등 120t 규모로 추산됐다.북한이 1990년대 초반 개발한 노동미사일의 엔진과 같은 주엔진의 도관(導管)은 무게를 줄이려고 가늘게 제작됐고 모세혈관 식으로 배열했다. 이 도관으로 압축공기와 산화제, 연료가 주입되도록 했다. 도관을 모세혈관 식으로 배열한 것은 연료와 산화제를 엔진의 각 작동부위에 일정한 압력으로 보내고 엔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엔진에 들어있는 터보펌프와 산화제 유량조절기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됐다. 특히 주엔진 사이에 장착된 4개의 보조엔진은 로켓의 방향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각 3t의 추진력을 발휘하는 4개의 엔진은 상하 36도로 움직이도록 설계됐으며내부에는 자동조종 장치(자이로시스템)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는 로켓 동체 내부에 자세를 잡아주는 기능이 있다. 연료는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에 일부 탄화수소계열 화합물이 첨가된 혼합물을사용했다. 스커드ㆍ노동미사일에도 같은 연료가 사용된다. 연료통은 알루미늄(94%)과 마그네슘(6%)을 혼합한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AIMg6)으로 제작됐고 산화제통의 3분의 2 크기다. 또 48t의 적연질산을 담은 산화제통의 내부는 둥근 모양과 'I'자형의 프레임 구조로 제작, 산화제의 소용돌이 및 출렁거림을 막도록 했다. 산화제통 외부에는 카메라와 가압가스배관 덮개, 제동모터, 전기시스템 배관 등이 설치됐다. 카메라는 엔진 상태를 지상으로 전송하고 가압가스배관 덮개는 산화제통 내부에가스압력을 높이기 위한 배관과 전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엔진계통의 핵심 부품 대다수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이들 부품의 용접 상태는 균일하지 않았고 수작업으로 작업한 흔적이 드러났다. 북한이 유럽과 중국 등 5개국에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10개 품목은 핵심 장치를보조해 주는 부수 장치로 확인됐다. 수입한 부수 장치는 온도감지장치(직류전환ㆍ온도감지기 등), 압력 및 일부 전자기기 센서, 전선 등이다. 이들 제품에는 제조 국가명이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국방부 정보본부의 한 관계자는 "장거리 미사일의 대다수 핵심 부품은 북한이 자체 제작해서 사용한 것"이라며 "온도감지기와 직류전환 장치, 압력센서 등 일부 전자기기 센서와 전선 등 부수 장치는 외국제 상용 수입제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선진기술의 도입과 부품의 조달이 제한됨에도많은 실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다른 관계자는 "MTCR에 저촉되는 수입품은 없지만 북한이 수입한 부품을MTCR 통제 품목에 추가하는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부품을 수입한 국가에 대해 유엔 결의 1874호를 위반했는지는 앞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엔과 MTCR이 북한 로켓에 사용된 상용부품을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면 국제사회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그러나 MTCR에 저촉되는 부품이 없다는 점에서 '위반'으로 결론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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