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릴 책보다 가치있는 책 만들고 싶어 뛰어들었다'

책을 지키는 사람들 <3> 1인 출판사 '산처럼' 윤양미 대표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모든 변화의 바람은 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에서 책세계의 외연을 조금씩 넓혀온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가지고 '1인 출판'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2002년 문을 연 출판사 '산처럼'의 윤양미(49·사진)대표는 지난 10년간 40여권의 책을 세상에 내놨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출판사 사무실에서 윤 대표를 만났다. 그는 책과 각종 자료들이 허리높이까지 쌓여 있는 11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1988년 출판계에 입문해 한길사와 역사비평사에서 8년간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2002년 독립해 '산처럼'을 세웠다. 처음부터 1인출판사를 세우겠다는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윤 대표는 "당시 나에게 맞는 출판사를 찾을 수가 없었고,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나 지났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두려움도 컸다. 얼마 되지 않은 자본금을 날려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한길사 출판사에서 편집ㆍ기획을 하고, 규모가 작은 역사비평사에서 편집뿐 아니라 제작, 마케팅, 경리 등을 간접 경험한 것도 1인 출판사 운영의 밑거름이 됐다.  '산처럼'에서 나온 책들은 대부분 인문ㆍ역사서다. 1인출판사를 세운 후 처음으로 출간한 '세계 지식인 지도'는 일주일 만에 2000부가 팔려나가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산처럼'에서 나온 모든 책들이 다 잘 팔린 것은 아니다. 윤 대표는 "책을 만들 때 우선순위가 '팔릴만한 책'보다는 '가치 있는 책'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아도 '가치 있는 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1인출판사의 강점이다. 윤 대표는 "먹여 살려야 할 출판사 식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팔릴지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인 출판사는 1000부가 팔리더라도 세상에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1인 출판사는 출판계의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심으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라 변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출판계의 저변을 넓히고, 지식생태계를 더 풍부하게 하는 데 1인 출판사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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