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이번에도 '유보', 왜?

세제실장 "아직 협의할 부분 남아있어" 근로소득? 기타소득? 소득 방식 정해지지 않아 소득 파악 인프라도 '미미'[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종교인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에도 꺾였다. 시행령에서 수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지난 9월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종교인 과세가 최근 발표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도 빠진 것. 이로써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종교인 과세 논쟁이 또 다시 흐지부지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종교인 과세 논쟁 언제부터?=종교인 과세 논란은 지난 2006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탈세를 지적하며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시민단체는 일반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목회자·스님 등 종교인들도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2007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7년이 지금까지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정부의 입장은 '검토'에만 7년째 머물러있다. 찬반논쟁은 몇몇 종교인들이 찬성입장을 내비치면서 세금을 물리는 쪽으로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지만 징수방법에는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다. ◆근로소득, 기타소득··· 뭘로 과세하지?=종교인 과세에 있어 '소득 성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목사, 승려 등 성직자가 교회나 사찰 등 종교단체에서 받는 생활비 조의 돈을 어떤 성격으로 과세하느냐에 따라 과세 규모가 달라질 뿐 아니라 종교행위의 성격이 규정된다. 종교인들은 신성한 종교활동을 수행하고 받은 소득을 일반 직장인과 같이 근로로 치부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소득금액에 따라 일반 소득세율(6~38%)이 적용된다. 성직자를 일반 납세자와 동일하게 보는 것인데 이 경우 국민연금 뿐 아니라 각종 소득공제까지 고려해야해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기타소득으로 매기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기타항목에 '종교인세'를 만들어 납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부도 근로소득세로 매기는 것에 대한 종교인들의 거부감과 이들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측면을 고려해 기타소득을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소득파악 '인프라 부족'=정부는 지금 당장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납세를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과세에 필요한 체계적인 조사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정부가 예로 든 소규모 종교시설의 경우 대형교회 목사들과 달리 소득과 교회운영비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 때문에 어디까지를 종교인 개인의 소득으로 봐야할지 파악하기가 쉽지않다. 전국 각지에 다양한 종파로 흩어져 있는 종교단체들의 성격을 정리하고 소득을 확인하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정부는 과세보다 우선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종교인 과세는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종교인 과세 실현여부는 이제 새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종교인 과세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만큼 새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는 아예 논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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