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ICT 위기론'..“과학에 묻힐라” 전전긍긍

박 당선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무게..지경부 흡수설까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새 정부 인수위가 출범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계의 최대 관심사는 과거 정보통신부와 같은 ICT 전담부처 신설이다. 지난 5년간 방송통신위원회 체제에서 질퍽거렸던 ICT 업계를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컸다. 박근혜 당선인도 공약집에서 "정보ㆍ통신ㆍ방송 관련 정책기능을 통합ㆍ관장하는 전담부처 설립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했다. 하지만 "검토하겠다"는 말의 뉘앙스가 애매할 뿐더러 지난해 31일 발표한 인수위 분과에 '교육과학분과'만 만들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과학부)에 무게를 싣는 새 정부가 ICT 전담부처를 과학부에 흡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친박 인사들이 포진한 지경부에 흡수될 것이란 설도 있다. ICT인들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본지는 2일 ICT 전담부처 신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송희준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김기사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박종환 록앤롤 대표 등 정부ㆍ학계ㆍ업계를 대표하는 3인을 대상으로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3인은 ICT 전담부처가 대한민국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만큼 독임부처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송 교수는 "과학은 중장기적인 기초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받는 것이 최종목표이나 정보통신은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설명했다. 과학과 ICT 산업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를 언급하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통합은 시너지효과보다는 부작용만 심화시키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이 대학입시 현안에 함몰되어 발생하는 문제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토끼와 거북이'를 빗대어 두 부처간 성격이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게놈 프로젝트나 우주개발은 10년 타이밍 보고 가지만 스마트 기기나 소프트웨어는 3개월 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마라톤 선수와 100M 달리기 선수가 같이 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경부 흡수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박 대표는 "지경부는 반도체나 차량 등 대기업 중심인 지경부가 ICT 기능을 전부 가져가면 ICT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ㆍ벤처기업은 소외될 것이 분명하다"며 " ICT 전담부처가 생겨야 우리같은 업체들이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방향을 결정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ICT 전담부처 필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여러부처로 여기저기 흩어졌던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기능도 ICT 전담부처 한 곳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선에서 뛰고 있는 박 대표는 "내비게이션 앱을 하나 개발하려고 해도 지도는 국토해양부, 콘텐츠는 문화관광부, 앱은 방통위, 텔레메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해 4개부처를 뛰어다녔다"며 "ICT 트렌드는 수시로 바뀌는데 기능이 쪼개져있으면 호흡이 안맞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김 원장도 제 기능을 하는 ICT 전담부처를 만들려면 ▲콘텐츠 부문에선 게임, 앱, 동영상, 미디어 뉴스 등 ICT 관련 부분과 ▲개발된 콘텐츠를 시험ㆍ실행 할 수 있는 플랫폼 ▲ 지경부와 방통위로 나눠져 있는 네트워크 ▲ 스마트폰 등을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희준 교수는 특히 지경부의 소프트웨어 기능과 문화부의 디지털 콘텐츠는 차후 ICT 전담부처로 반드시 가져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능들이 방송정보통신과 융합되어야 진정한 ICT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ICT 전담부처가 신설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포용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세대인 '2030'의 트랜드를 읽고 그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며 선진화 된 ICT문화 구축의 길잡이가 바로 ICT 전담부처에 있다는 뜻이다. 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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