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농작물 재해보험을 아시나요

올해 늦여름과 초가을에 걸쳐 대형태풍 3개가 한반도에 들이 닥쳤다. 특히 앞선 태풍이 지나간 후 피해를 복구할 겨를도 없이 다음 태풍이 뒤따랐다.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를 돕고자 직원들과 함께 가 보니 봉지에 싸인 채 떨어진 과일이 과수원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낙과를 주우면서 농부의 피땀 어린 정성으로 키워졌을 과일이 대부분 폐기되거나 헐값에 처분될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 왔다. 그래도 그 과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보험가입을 하지 않은 농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사과, 배, 감귤, 벼 등 35개 품목에 대해 태풍, 폭우, 동상해 등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주는 정책보험이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료 납입액은 1374억원인데 이 가운데 50%는 정부가 부담하고 25%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 농가가 순수하게 부담하는 규모는 나머지 25%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44억원이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태풍, 폭우, 폭염, 봄철 동상해, 우박 등 각종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농협을 통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보험의 보험금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올해 약 344억 원을 보험료로 내고 그 14배에 이르는 4900억여원을 보상받게 된 것이다. 예상되는 사고에 미리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피해 발생 시 감당할 수 없어 주저앉는 게 아니라 피해복구는 물론 재생산을 위한 자금을 보상받음으로써 해 오던 사업을 다시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상당하다.  농협손해보험의 정책보험에는 농작물재해보험 외에 가축재해보험과 농기계종합보험이 있다. 내년부터는 풍수해보험도 판매하게 된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은 필수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정책보험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상당부분을 흡수하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 농가나 개인 입장에서 보험에 가입해 피해에 대비하겠다는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농ㆍ어업 등 영세 분야에서는 보험료 부담 때문에 보험가입을 망설이거나 자신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무신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이 재해를 입었을 때 재기할 수 있도록 정책보험의 영역을 확대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계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농협 등 정책보험 취급기관도 정책보험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가입 대상자들에게 적극 권장해 가입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정책보험 가입 대상자 역시 자신에게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업을 유지해 나가거나 가족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한다는 자세로 보험에 적극 가입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태풍이나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재해가 발생한 후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속히 피해를 복구하고 심기일전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올 여름 과수원에서 태풍에 떨어진 과일을 바라보며 느꼈던 아픔이 내년부터는 없어졌으면 한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바람으로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김학현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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