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막판진통…與 증액하면돼 野 감세철회하면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정부의 첫 해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생대책 예산 6조원 증액을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하면 되고 이 예산에는 민주당이 요구해온 예산 대부분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이 협조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세법개정을 통해서는 부족한 재원조달이 사실상 어려워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기재위 조세소위 또 파행...민주 "과표조정 철회말아야"=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26일 또 다시 무산됐다. 조세소위에서는 세법개정안의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세법개정안은 예산안을 확정하는데 필요한 세금을 어떻게, 어느 정도 거두어들일 것이냐가 핵심이다. 조세소위에서 세수의 합의가 이뤄져야 국회 예결특위에서 이 기준을 놓고 내년도 예산을 어디에서 얼마나 줄이거나 늘리느냐를 정할 수 있다. 조세소위가 파행되면 예결특위도 파행이 불가피해진다.기재위에서 새누리당은 증세없이 세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각종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줄이고 과세 대상을 넓힘으로써 5000억~6000억원의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민주당안(案)이 일부 반영된 소득세법 과표조정(3억→2억) 및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3000만원→2000만원) 등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그러나 대선이 지나서 정부의 수정안(고소득근로자 총액한도제, 자영업자 최저한세율 인상)을 수용키로 선회했다. 세부적으로는 억대 연봉자들이 연말정산에서 받는 공제총액을 250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세율(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 세율)을 35%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과세표준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6%, 과세표준100억~1000억원인 중견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1%에서 12%로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상향조정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낮추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입장선회를 비판하고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고있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를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법인세역시 과표 5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는 주장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도 2000만원까지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지금까지 세법개정을 통해 만들어진 돈이 125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세수부족분이 1조 7000억원인데 이것조차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새누리당이 당초 안을 철회하면 세법개정안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재위 여야 의석 분포는 법안소위 5 대 5, 전체회의 12 대 13이어서 야당의 협조없이 법안 처리가 어렵다. ◆예결특위도 같이 꼬여...6조 박근혜예산 논란=예결특위는 기재위의 세제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논의 자체가 발목이 묶였다. 논란은 이른바 박근혜 예산 6조원이다. 새누리당은 6조원에 당 주장과 민주당이 했던 주장을 다 같이 들어갔다고 말한다. 새누리당의 설명에 따르면,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서민 일자리 지원 사업에 4조3000억원이 배정됐다. 여기에는 기초생보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28만명이 확대가 되었을 때 필요한 돈이 1조 290억원이 들어가 있다. 일자리 나누기로 1880억원, 저소득 계층, 노후불량 주택 개선 38만가구 지원에 5679억원, 농업재해보험에 1472억, 귀농귀촌 143억원으로 농업지원금도 포함돼 있다.이외에도 정부예산안 편성에 들어가 있지 않은 추가 증액사업, 보육 지원이나 대학등록금 부담 및 이자 인하의 재원 18000억원 등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지원, 양로원 난방비 양곡비 지원 등 중복되는 것을 빼면 6조원을 밑도는 5조8700억원 수준이다. 새누리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2조원 가량 삭감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 확대 1조원 등을 감안할 때 2조~3조원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일부에서는 이런 6조원 증액 대책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그 책임을 새누리당이 지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한다"면서 "민주당이 협조를 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하면 연내 예산처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서민일자리 지원하기 위한 예산 반영에 대해 새누리당은 비록 약간의 무리가 있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국채 발행을 하려면 정부의 불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감면제도 정비ㆍ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세수 증대에 나서는 등 2가지 전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28일로 잡은 예산안 처리 시한까지 민주당과 밤샘 의견 조율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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