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냉담했던 버핏이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돌연 입장을 바꾼데다, 자사주 매입이 내년 미국의 세금 인상을 앞두고 이뤄져 '언행불일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투자자들이 버핏에게 투자하는 이유는 버핏이 투자자 보다 우량주를 고르는 실력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버핏이 고른 우량주가 자신의 회사라는 것은 음흉한(tricky) 부분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버크셔는 이날 한 장기 주주의 유산인 12억 달러 규모의 자사 주식을 자사주형태로 사들인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가격은 장부가 보다 20% 높게 올려 잡았다. 지난해 첫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을 땐 장부가의 10%를 한도로 정한 바 있다. 버핏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피해왔다. 대신 회사채나 전체 사업을 인수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 때문에 버핏이 자사주 매입 보다 더 좋은 투자처가 나타났을 경우 버크셔 주식을 다시 사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타임스의 지적이다. 타임즈는 버크셔의 주식 가치를 자체 계산한 결과 주당 가격은 18만 달러로 추산돼, 이번 자사주 매입가 13만4000달러 보다는 높게 거래돼야 한다 버핏이 투자들에게 더 나은 수익을 남겨주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버크셔가 다른 기업들을 인수할 것이는 관측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이다. 지난 10월 버핏은 대형 인수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2건의 2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버핏이 버크셔를 제외하고 큰 수익이 나는 주식을 찾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버핏이 매입키로 한 주식들이 한 주주의 유산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버핏의 자사주 매입이 부자 주주의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국은 올해 말 감세 정책이 종료에 따라 내년부터는 현 시점 보다 상속세가 더욱 오를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가 내년초 세금 인상과 지출 감소에 따른 ‘재정절벽’을 막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 보다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버핏도 조지 소로스 회장과 함께 상속세 인상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버핏 회장이 상속세 인상이 임박한 시기에 부자 주주에게 상속세를 절세하는 기회를 줬다는 비난이다. 세인트존스대 앤서니 사비노(경영학) 교수는 "워런이 미국과 모든 미국인의 유산에 대해 어떤 것이 좋은지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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