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은 줄고, 업체는 늘고' 전문건설업계 악순환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문건설업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업체 수는 오히려 증가해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1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발표한 '2011년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 공사계약액(영업실적)은 2008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업체 수는 2008년 4만6072개에서 4만8753개로 5.8% 증가했다.이러한 현상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종합건설업체가 도산하면 직장을 잃은 기술직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전문건설업체를 설립한 게 불경기 업체 수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또 전문건설업체 설립 요건은 '자본금 2억원에 기술자 2명'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업체 수 증가에 한몫했다. 문제는 업체 수 증가가 과당경쟁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협회는 지난 6월 전국 전문건설업체 1246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원도급 공공공사 1건에 평균 285개 업체가 입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도급 공공공사 23개, 원도급 민간공사 21개, 하도급 민간공사 7개 순으로 입찰에 나선 업체가 많았다.업체당 평균 입찰건수는 공공·원도급 191건, 민간·원도급 27건, 공공·하도급 23건, 민간·하도급 24건 등 총 265건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업체당 낙찰 건수 절반 이상이 모든 형태의 공사에서 '3회 미만'이라고 답해 경쟁은 치열하지만 일감은 많은 따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같은 과당경쟁 아래서는 시장가격이 정상적으로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된 설문에 답변한 업체 가운데 48.5%(406개)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수주에 나선다고 털어놨다. 저가 수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인다는 답변(26.5%)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공기 단축(25.5%)·자재비 절감(11.8%)·설계 변경(11.7%) 등 부실시공 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이 상당수를 차지했다.협회 관계자는 "과당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부실업체를 퇴출하고 시공능력·공사실적·지역·특수시공기술 등을 기준으로 한 제한경쟁입찰방식의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고 밝혔다.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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