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대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사장단ㆍ임원 인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과 경제민주화 요구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고 나선 것이다.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와 학벌ㆍ순혈주의 파괴,여성 중용, 홍보전문가 약진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ㆍLGㆍ코오롱 등 주요 그룹에서 홍보맨들이 사장ㆍ전무ㆍ상무 등으로 승진한 것은 최근 사회 분위기 및 기업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대처하기 위한 진용이 필요할 것이다. 재벌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사회공헌활동으로 반기업정서를 누그러뜨리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적인 인사로 풀이된다. 재벌가 2ㆍ3세로의 승계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일부 대기업의 그릇된 행태는 여전하다. 중소 납품ㆍ하청업체에는 원청업체로서, 소비자에게는 독과점 물품과 서비스 공급업체로서 우월한 갑(甲)의 위치에서 횡포를 부린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훔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홍보맨들이 할 일은 여전히 많다. 기업이 고객은 물론 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좋은 실적을 올리거나 신상품을 내놓을 때에만 홍보가 필요한 게 아니다. 기업의 위기관리에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불거지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88%가 리콜 실시 기업과 제품에 호감을 보였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은폐ㆍ축소한 사실이 드러나면 파장은 더욱 커지고 기업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기업의 이미지가 그냥 형성될 리 없다. 기업이 먼저 변하고, 홍보맨이 열심히 뛰어야 한다. 위상이 높아진 홍보맨들이 정부, 정치권이나 미디어 로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시장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객 및 사회와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후생이 함께 좋아지는 상생이 가능하다. 여러 대기업에서의 홍보맨 약진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소통과 배려의 기업문화가 꽃피길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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