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법원이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서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최대 10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는 근저당 설정비와 관련된 은행권의 첫 승소 사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정된 집단소송에서의 전례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6일 서울중앙지법은 근저당 설정비 반환과 관련된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시중은행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는 고객 270여명이 근저당 설정비 4억37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도 고객 99명이 농협과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시티은행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이날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은행권은 "예상했던 바"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최대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소송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선례를 남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례는 은행을 상대로 한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의 분기점이 되는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법원 판결에 따라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설정비 반환 집단소송에 참가한 소비자의 수는 모두 7만여명, 소송가액은 400억~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한 고객은 200만명으로 액수는 10조원에 이른다. 은행쪽 주장대로 반환 시효를 5년으로 할 경우 액수는 5조원으로 절반이다. 어느 쪽이든 조단위에 이르는 설정비를 반환할 경우 은행권이 입는 타격은 만만치가 않다.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액수는 은행권 전체의 한해 순이익과 맞먹는다.근저당권 설정비 집단 소송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 4만2000명의 소송 참가자를 모집, 총 1500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 가장 큰 규모다. 1인당 평균 청구액은 53만원으로, 패소하면 최대 22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도 지난해 9월부터 5차례에 걸쳐 1만여명의 참가자를 모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01년 7월부터 10년 동안 개인과 기업이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돈 2500조원(이미 상환한 금액 포함)의 0.4%인 10조원을 금융회사가 대출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했다고 주장한다.이번 첫 판결의 승소로 은행권은 한시름을 놓는 모습이다.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예상했던 대로지만 하나의 선례가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원고가 항소할 경우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특히 은행권에서는 '개별약정'에 따른 것이라는 재판부의 판시 내용에 주목했다. 판시에서 나온 '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내용은 그동안 은행권이 주장해왔던 바다.김평섭 은행연합회 여신제도 부장은 "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이날 나온 판결은 전체 은행권에 대한 판결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오는 20일에는 소비자 30여 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 판결 결과가 나온다.김 부장은 "앞으로 남은 소송에 대비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서 성급한 소송의 제기를 자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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