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의 공약, 뒤집어 본 공약]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번 대선은 2002년 행정수도이전, 2007년 대운하 같은 국가개조 수준에 선거판을 뒤흔들만한 '메가 공약'이 없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약도 가계부채, 일자리,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검찰개혁 등 우선 순위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누가 되든 ○○○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후보시절 내놓은 중급규모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부활이다. 정치권은 대선성패를 좌우할 부산경남(PK)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공항 카드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고 있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박-문 두 후보의 입장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게 해준다. 박 후보는 지난달 30일 부산을 찾아 "신공항은 부산시민들이 염원하는 것"이라며 "국제적 최고 전문가들이 공정한 평가 결과 가덕도가 최적 입지라고 평가하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앞서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제대로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지고 공정한 절차가 끝까지 진행됐으면 동남권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신공항이 어디에 들어설지 부산시민들 다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공정한 심사 기준과 객관적인 심사, 그리고 다른 지자체들의 동의까지 함께 이루어내는 그 절차 속에서 만들어져야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자신의 5개 지자체의 동의를 함께 얻어서 부산 시민들이 염원하시는 대로 신공항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전제로 했지만 박 후보는 선정 절차의 정당성을, 문 후보는 부산에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누가 되든 동남권 신공항은 MB정부 시절의 전례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동남권 후보부지를 압축해 발표하고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통해 각 지역의 경제성을 분석해 결과를 내놓게 된다. 최종 후보부지가 2,3곳으로 압축되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제성 평가와 타당성조사, 입지조사를 통해 최종후보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다 거친 뒤 지난해 3월 국토해양부가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국토부는 가덕도와 밀양에 대해 모두 지형조건이 불리하고 환경문제,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 등을 이유로 현재로서는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 30여명이 참여한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 조사에서 가덕도, 밀양 모두 1단계 절대평가에서 모두 탈락했고 3개 평가 분야별 총점을 환산했더니 두 곳 모두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지 못했다. 경제성 평가에서 가덕도는 0.70점, 밀양은 0.73점을 받았다. 1점이 넘어야 비용보다 편익이 큰데 그 이하인 것이다. 국토부 기준 건설비용은 가덕도 9조 8000억원, 밀양 10조 3000억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나온 10조짜리 프로젝트를 2년만에 차기정부가 재추진할 경우 경제성보다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정치논리가 개입된 결과를 객관적 심사결과로 믿는 지자체는 아무도 없고 지역,사회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전 정권에서 여러 이유로 중단된 국책사업을 표를 얻기 위해 재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선의 나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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