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누구를 울릴까···20% '유령표'

철수 철수로 박빙전투된 朴-文 대결 관전 포인트
대선 최종대진표가 확정됐다.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 지지표가 누구에게로 이동하느냐'다.  사퇴 이후에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략 사퇴 이전에 전체의 20%를 웃돌던 안 후보의 지지층 중 절반가량(전체의 약 10%)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로는 20% 정도(전체의 약 4%), 나머지가 유동층(전체의 6%)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대략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각각 40%를 웃도는 수준에서 지지율을 형성하면서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수치일 뿐이며 실제 투표결과가 꼭 이렇다고 볼 수가 없다. 후보등록이 끝난, 그리고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금의 시점에서 실제 대선판세를 읽으려면 '숨은 표'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숨은 표란 여론조사상 지지도 수치와 실제 투표결과 간에 나타나는 차이 또는 오차를 말한다.  숨은 표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투표참여율'에 있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는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응답을 하지만, 실제로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  이때 투표는 하지 않으면서 여론조사에는 응답하는 유권자는 사실상 장롱 속에만 존재하는 '종이 유권자'나 다름없다. 달리 말하면 지금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전체 유권자' 모집단의 지지도를 측정한 것이며, 당일에 실제 누가 투표할지를 예측해서 내놓은 수치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등장하는 여론조사들은 과거 대선과 비교해 유달리 무응답 비율이 낮다. 즉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20%를 웃도는 무응답 비율이 나타났던 지난 대선은 물론, 역동적이었다고 평가되는 16대 대선에서도 대개 여론조사상 무응답 비율은 10%를 웃돌았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체로 응답유보율이 10% 선, 또는 그 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는 90%에 달하는 유권자가 응답한 것이지만, 실제 대선 투표율은 70% 선이 될 것이므로 20% 정도의 허수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조사에서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사라질 이들 종이 유권자들의 비율이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 후보 지지층에 더 많느냐다.  몇몇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과거 선거에서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여당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야권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투표참여율이 낮은 20대와 30대 등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당후보는 상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높은 고연령층과 비수도권 유권자층으로부터의 지지도가 높으므로 결국 숨은 표는 박근혜 후보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는 흐름으로 보았을 때 실제 야권후보는 여권 후보를 5% 이상 앞질러야 박빙의 우세를 보인다고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유동층 비율이 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이 상당 수준 낮아진 것은 여당후보인 박근혜 후보에게 한층 유리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여론조사상에는 여야 양강후보의 지지도가 5:5로 나타나지만, 실제 바로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5% 이상 앞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실제 45% 수준에서 확고한 지지도를 보여주는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체라기보다는 이미 50%라는 자력으로 이길 수 있는 '절대우세선'에 근접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또 투표율이 70%를 넘기면 야권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고, 70%를 밑돌면 박근혜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역시 모두 이러한 숨은 표 효과로 인한 것이다.  즉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야권후보가 유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과거의 투표율을 활용한 단순 수치분석일 뿐이다. 실제 선거결과는 이러한 정적 분석만으로 예측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선거결과는 한때의 수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흐름과 기세'에 의해 결정된다. 즉 선거일 현장에 투표하도록 만드는 2차 요인은 바로 선거 전반의 '흐름'에 있다.  다시 말해 여야의 각 후보가 선거유세와 이슈공방 등을 통해 각각 자신의 지지층의 사기를 높이고 결집시킴으로써 투표장에 지지자들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 선거일 직전 자신에게 유리한 정국흐름을 만들어 상승세를 탄 후보는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수치보다 더 높은 지지도를 얻게 된다.  반면, 비록 여론조사에서 앞서더라도 정치공방 속에서 불리한 흐름에 놓이게 되는 후보는 의외로 나쁜 선거결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지지층들이 투표장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한때의 지지도'는 사실 지금과 같은 박빙승부 양상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12월19일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본선 기간 동안 누가 선거의 흐름을 장악하고, 누가 더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느냐에 따라 최종적 승패가 갈리게 된다. 김헌태 정치평론가·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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