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일때 아니다…실속에 집중 전략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박민규 기자, 조슬기나 기자] 내년도 설비투자 축소에 나선 기업들이 판매목표도 동결하거나 줄이고 나섰다. 매출 확대 등의 양적성장보다는 내실다지기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글로벌 경기악화가 장기화 되자 무리한 외형 확대를 목표로 한 사업계획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둬 위기 상황을 해쳐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질적성장 체제로 전환케 한 요인으로 보인다.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ㆍ기아차의 내년도 내수 판매목표를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입차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현대차는 내년 내수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내수목표는 올해(65만대)와 비슷한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 다만 올해 목표치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한 54만여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아차는 당초 올해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내년도 판매목표치를 조정해왔으나 하반기 들어 자동차 판매가 예상치보다 떨어지자 하향 조정키로 했다. 내년 목표는 올해 목표치보다 낮은 48만대선을 검토 중이다.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내년 매출목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로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은데다 미국에서의 현대차 연비표기 파장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또 내년에 신규 투자가 줄이는 대신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당진 3고로에 집중할 방침이다.SK그룹 역시 질적성장 체제로 돌아섰다. 현재 계열사별로 질적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투자규모, 채용 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매출 목표 등의 사업 계획은 무리하게 잡지 않고 수익 위주의 질적 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다.조선업계 역시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선박 발주 물량이 뚝 끊기면서 해양플랜트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수주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빅3 중 대우조선해양 외에는 올해 수주 목표 달성도 어려운 상태다.이밖에 한국GM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내년 내수 판매량을 설정하고 있다. 연초 한국GM은 2012년 내수 판매 18만대라는 목표를 세웠으나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이를 15%가량 낮춘 상태다.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내년에는 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에서 조율한다는 방침이다.삼성그룹은 아직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않았지만 질적 성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경쟁력 고도화가 내년 사업계획의 골자다. 글로벌 1위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스마트폰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차량용 반도체 등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시설투자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황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디스플레이 역시 공급과잉으로 정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위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선례를 고려하면 오히려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일로에 있지만 투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경영전략 변화는 내년 경제성장률 축소 전망과 관련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에서 거세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도 부담이다.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이 입법될 경우 양적 팽창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막대한 현금을 쏟아야 한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반적인 불황이면 회복기미가 보이는데 지금은 A자형 구조를 보이고 있어 오히려 경기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기업들도 매출을 늘리는 기회가 없을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보이지 않자 사업계획을 축소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박민규 기자 yushin@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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