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왜 저희 옆집엔 김동완 같은 오빠가 살지 않는 거죠?

엄밀히 따지면, KBS <힘내요 미스터 김>의 김태평(김동완)은 남자보다는 오빠, 오빠보다는 엄마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비록 옆집 누나 지영(최정윤)이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지만 김태평은 그 누구에게도 연애하고 싶은 남자로 보이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아이들을 끔찍이 챙겨주는 그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면, 저런 남자가 내 옆에 있으면 이 험한 세상 무사히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김태평이라서 그런 걸까요, 김동완이라서 그런 걸까요? (한남동에서 정 모양)
겨울이라서 그런 겁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는 계절, 호빵과 군고구마가 당기는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거든요.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요? 쿨워터 향이 나는 민우 오빠보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완 ‘오빠얌’ 같은 남자가 대세인 겨울이 왔다는 뜻입니다.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함, 치열한 노력보다는 능글맞은 미소로 위기 상황을 넘기는 여유, 성형수술을 ‘선물’로 포장하는 센스, 의젓한 첫째 오빠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썰렁한 농담을 주체하지 못하는 철부지 막내오빠 같은 귀여움을 모두 갖춘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김동완의 타고난 여유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태평도 없었을 거예요. 물론 김태평은 “밥, 청소, 설거지 끝내주게 하는”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슈퍼맨이자,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죠. 반듯해 보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심성이 착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사는 바보는 아닌 알짜배기 사나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김태평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자신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도 신세한탄 하지 않고 “너도 고생했다”고 웃어넘길 때 슬쩍 보이는 눈웃음입니다.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나에게 좋은 기운이 전해줄 것 같은 그런 눈웃음이요. 그래서 김태평이 그렇게 훈훈해 보이는 겁니다.
그러나 김동완이 아닙니다. 모범생, 일등짜리 아빠, 바른생활 사나이, 이런 건 어머니들이나 좋아하는 사윗감이지 또래 여자들의 이상형은 아니잖아요? 김태평의 옷을 벗은 김동완은 사람 좋은 웃음은 그대로지만 올곧은 심성 대신 위트와 애교를 장착합니다. JTBC <신화방송> ‘교실의 신’ 편에서 에릭과 했던 상황극 기억나세요? 애초 설정은 에릭이 “6.25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요?”라고 물어본 후 김동완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볼에 뽀뽀하는 거였죠. 그런데 남자와의 멜로 연기가 어색한 에릭이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자 오히려 김동완이 시작했습니다. 하긴 ‘T.O.P’를 부를 때도 신혜성만큼 예쁘고 청초한 오빠였죠. 그러다 . 그러다 . 오빠에서 남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신화의 김동완은 결국 드라마 속 아저씨, 삼촌으로 돌아왔습니다. 힘내요, 미스터 김! <hr/>앓포인트: <u>[신화에서 위트를 맡고 있는 김동완입니다]</u>김동완은 주접쟁이다: MBC <목표달성 토요일> ‘애정만세’의 김동완은 사랑과 주접 모두를 포기할 수 없었던 순수 청년이었다. 구수한 트로트를 개사해 ‘저 푸른 초원위에 / 꽃님 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김꽃님과 / 한 평생 살고 싶어’라고 꽃님이에게 매력을 어필하는가 싶더니, 이내 성시경을 지그시 바라보며 보여줬다.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같이 있으면 매 순간 웃음이 떠나지 않는 위트가이, 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김동완은 센스쟁이다: 김동완 사전에 따르면, 선물이란 이다. ‘폭로’ 혹은 ‘충격고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모자랄 판에 ‘선물’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다니. 낭만적이다. 시적이다. 김동완은 동구멍이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능을 위한 설정이겠거니 웃어넘겼다. 독서가 아니라 게임이란 말이다. 공굴리기가 아니라 농구란 말이다. 이렇게 허술한 남잔데 왜 더 좋아지기만 하니. ‘동구멍’이 아니라 블랙홀이란 말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이가온 thir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