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등단한 이 진 작가, '부모세대 이야기로 청소년과 연결시켜주고 싶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비록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더라도 '우리 부모님은 내 나이또래일 때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어요."첫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비룡소의 청소년문학상인 '제6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작가 이진(30)씨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90년대에 태어난 청소년들에게 80년대는 까마득한 옛날일 것"이라며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청소년들을 연결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1980년대 후반 이웃집들이 벌집처럼 위아래로 다닥다닥 붙어사는 그늘진 공장 지역인 '벌집촌'을 배경으로 삼았다. 현재는 뉴타운과 재개발로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구로공단의 '벌집촌'이 떠오른다. 이곳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여동생과 공장주들을 향한 투쟁으로 밥 먹듯 일터를 옮겨야 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승협이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솔직하고 평범한 욕망을 가진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다. 소설은 승협이가 강변의 부자 동네 한복판에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의 놀이공원 '원더랜드'에 가는 티켓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원더랜드는 주인공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의미한다"며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환상을 품고 있던 실체가 실제로 겪어보고 경험해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더 많은 세대"라며 "독자들에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로써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재미'로 꼽았다. 작가는 "지금 청소년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순수하게 '재미'가 있다면 읽지 않을까 싶다"며 "재미를 느낀 다음에 소설이 담고 있는 당시 시대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은 서민들의 가난과 도시의 화려한 개발이라는 극과 극의 모습이 공존했던 당시 시대 모습에 착안해 주인공 소년의 욕망과 도시의 허울을 '원더랜드'라는 판타지적 공간에 빗대 표현했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과는 달리 '공간'에 대한 묘사가 많은 편"이라며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 확실한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공간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디자인과 영상을 공부한 작가의 이력과도 연결된다. 이 작가는 첫 소설인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하기 전까지 대학에서는 디자인과 영상이론을 공부했고, 이후 광고 프로덕션, 온라인 게임회사 등에서 콘텐츠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작가는 "돌고 돌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편인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대중들과 만난다'는 하나의 흐름은 일관되게 지켜왔다"며 "앞서 발표한 작품은 없지만 오랫동안 수 십 편의 습작을 쓰면서 훈련한 게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예전부터 성장 소설이라는 장르를 좋아해 많이 찾아서 읽었고, 내 자신이 어른답게 살아오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인지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10대에 관심이 많다"며 "차기작은 현재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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