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vs 택시, 한판 붙었다…대중교통 개정안 두고 대립

택시 대중교통 분류한다… 양 업계 극한대치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버스와 택시업계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버스업계가 지원금 감소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택시업계는 버스업계의 이기주의라며 받아치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택시업계의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이 문제가 더욱 불거진 것은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 등이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를 통과해 21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버스업계는 법사위 결과에 따라 오는 22일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버스회관에서 전국 17개 시ㆍ도 조합 이사장이 참석하는 비상총회를 소집했다. 연합회는 회의에서 법사위 이후 23일 예정된 본회의 법률이 통과 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다.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시내·시외버스는 600개 사업자에 총 4만8000여 대로, 이 중 연합회에 소속된 버스사업자가 500여 개 업체에 약 4만3000대인 점을 감안하면 파업결의 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버스업계의 불만의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는 보조금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되면 지원액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버스업계가 받은 보조금 규모는 유가보조금과 세제혜택을 포함해 1조3000억원 안팎이다. 현행대로라면 2014년까지 3조원의 지원이 예정된 상태다. 버스업계는 이번 법안이 연간 7600억원을 지원 받게 되는 택시업계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윤경노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지부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버스업계 보조금을 택시에까지 나눠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내뱉는 정책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버스운송조합 관계자 역시 "이번 법안으로 택시업계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건 임시방편"이라며 "택시업계 내부의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이 우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이에 반해 택시업계는 발의된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버스업계 주장에 대해선 이기주의가 지나치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전국 25만여 대(개인 16만 대, 법인 9만 대)의 택시가 이미 준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홍명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버스업계는 유류지원과 세제혜택은 물론 지방교부세법에 의해 환승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보전금까지 받고 있다"며 "버스업계의 주장은 대중교통 정책의 균형적 시행과 국민 편익을 외면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무는 택시의 버스차로 이용에 대해서도 "이번 법안만으론 택시의 버스차로 이용이 가능하지 않다"며 "버스차로에 택시가 들어가려면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주도의 도로교통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버스업계가) 무리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양측 사이에서 난감한 가운데 대체로 버스업계 쪽에 가까운 입장이다. 2009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당 수송분담률에서 택시는 9.4%로 미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가용(36.4%)과 버스(31.3%), 철도(지하철 포함, 22.9%)에 비하면 극히 일부인 형편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당초 대중교통법률의 도입 취지는 좀 더 효율적으로 정체를 최소화하며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더 많은 인원을 수송하는 버스와 철도 위주로 정책이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당장 현재 제작 중인 전국 단위 대중교통 호환카드의 도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토해양부 측은 "법안 통과로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분류되면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을 새롭게 구성해야 해 업무혼선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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