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가 또 발목잡은 자본시장법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15일 국회로 향하는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발걸음은 꽤나 무거웠을 듯하다.지난 13일 이후 3일째 국회 출근이었다. 지난 이틀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참석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불발로 끝났고,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기전 소위가 전문가를 초청해 연 간담회 형식의 논의를 열어 한줄기 희망의 끈을 잡아봤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김 위원장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그가 지난 2004년부터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차관보, 제1차관 등을 지낼 당시부터 입법과 제정을 주도하다시피했던 자식과 같은 법안이다.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금융산업의 육성이며,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든 법이 바로 자본시장법이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도 김 위원장의 뚝심과 의지를 믿고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이러한 업계의 염원과 상관없이 지난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본 안건 상정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일반인들과는 관계가 먼 탓에 인기를 얻지 못한 요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야 하냐?"며 물음표를 먼저 던지는 의원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문제 삼더니 이번에는 경제민주화를 엮어서 꼬투리를 잡는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 가르쳐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2013년이 와도 희망적이라 볼 순 없다.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논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그렇다면 기약없는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다.금융위가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것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플랜B는 당장 급한 불끄기 수준에 불과할 뿐 자본시장법의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기 때문에 함구하고 있다. 그만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이 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사정을 10%라도 국회에서 이해한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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