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자격, 피보다 능력··승계 新풍속도

LS그룹, 사촌 구자열 회장 체제...공동경영 후대까지스웨덴 발렌베리家의 人和 승계모델 조심스런 탐색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비즈니스 가문경영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꼽힌다. 발렌베리 가문은 1856년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에 의해 창업돼 올해로 5대에 걸쳐 156년째 이어오고 있는 스웨덴의 국민기업이다. 가문 내 후계 경영자는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마칠 것과 해군 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사촌들끼리 경쟁을 통해 인베스터를 경영할 경영자를 결정한다. 스스로의 능력과 사회적 책임, 경쟁을 통한 경영능력의 검증을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LS그룹이 사촌간 경영권 승계를 통해 가문경영에 나선 것은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과 큰 맥락에서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후계자 조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문의 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은 같다. LS그룹은 LG에서 분가하면서 확립된 형제간 공동경영의 문화가 후대까지 이어졌다. 경영권을 두고 친인척 사이의 다툼이 잦은 재계에서 사촌형제 간의 깊은 신뢰와 우애가 경영권 승계로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사촌형제들이 회사 주식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분구조도 이번 가문경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구태회 명예회장은 동생인 故 구평회 명예회장,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분가해 LS그룹을 설립했다. 이들 3형제는 구자홍 회장을 그룹 초대 회장으로 정하면서 사촌에게 회장직을 계승하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후에도 2세들이 이를 지키도록 지속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설립 초기에 구자홍 회장이 LS그룹의 전신인 LG전선그룹 회장을 맡고 구자열 회장이 부회장을 맡은 것도 미래를 위한 포석이었다.구자홍 회장이 지난 10년여년 동안의 그룹 회장직을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잡음없이 넘겨준 것도 선친들의 이같은 당부를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 구자은 LS전선 사장 등 LS그룹 2세들은 지금도 한달에 한 번 이상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평회 명예회장과 구두회 명예회장 등 그룹 주요 인사의 잇따른 별세로 LS그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빈소를 오랫동안 지키며 서로에게 큰 힘이 돼 줬다. 서로 보유한 지분이 비슷한 것도 사촌 경영을 매끄럽게 해줬다는 평가다. 구자홍 회장은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의 지분 2.83%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자열 회장이 3.27%를 갖고 있다. 나머지 사촌 형제들도 2~4% 내외를 보유 중에 있어 누구 한 명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LS그룹의 뿌리인 LG그룹과 비슷한 지분 구조이기도 하며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LG가(家)의 기업문화와 함께 형제간 경영을 가능케 하는 원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LS 관계자는 "예로부터 '동업은 형제와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LS는 창립 10년 만에 사촌형제 간 경영권 이양이라는 '아름다운 승계'의 원칙을 이어가게 됐다"며 "구 자홍 회장이 이임 이후에도 계속 현업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신임 회장의 경영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LS그룹의 가문경영을 계기로 이를 먼저 시도한 두산그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그의 형인 박용현 회장에 이어, 두산그룹의 수장이 됐다. 두산그룹은 고(故) 박두병 초대 회장의 사후 형제 간 그룹 총수 직을 승계하는 형태의 '형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맏형인 박용현 회장이 용퇴하며 열두살이나 어리지만 (주)두산의 대표이사로 그룹의 실무를 이끌어온 박용만 회장에 자리를 넘겼다. 박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새로운 두산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는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2007년에는 미국 밥캣 인수작업까지 직접 챙겨, 국내 소비재 기업에서 글로벌 인프라 지원사업(ISB)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문경영을 첫 시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부 갈등으로 가문경영을 포기한 뒤 두산그룹, LS그룹이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를 꿈꾸며 가문경영의 첫발을 디뎠다"며 "국내 기업의 기존 경영스타일은 총수경영 등의 문제로 오너리스크가 상존해 있는 만큼 향후 가문경영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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