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사기 진작 위해 지난 1996년 처음 지정… 올해로 17회 째 맞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11월 11일은 가족, 연인들과 초콜릿 과자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빼빼로데이’다. 하지만 이날이 300만 농민들을 위한 ‘농업인의 날’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업인의 날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법정기념일로, 지난 1996년 처음 지정됐다. 11월 11일이라는 날짜에는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土月土日)’는 의미의 철학이 담겨 있다. 흙 토(土)자를 분리시킨 ‘十’과 ‘一’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면서 11월 11일로 결정됐다. 이 시기가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기는 시기인 점도 고려됐다. 농업인의 날이 올해로 17회 째를 맞았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알리고,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킨다는 게 당시의 지정취지였다. 이와 함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하는 시각도 반영됐다. 하지만 당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는 농민들에게 한숨이 깊은 해였다. 3월 15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시름을 더했고, 지난 여름에는 태풍 볼라벤, 덴빈, 산바 등이 일제히 한반도에 몰아닥치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15호 태풍 볼라벤은 순간 최대풍속 51.8m/s의 강한 바람으로 과수농과에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유난히도 농민들에게 가혹했던 올해도 농업인의 날은 찾아 왔다. 이에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이 일요일인 점을 감안해 9일부터 기념식과 부대행사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9일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다채로운 농업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는 농업인단체, 소비자단체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인의 날 기념식과 우수 농업인 시상식이 개최됐다. 같은 날 서울광장에선 미래농업 전시·홍보관, 농촌문화체험관, 흙 놀이 체험관, 귀농귀촌 종합센터 등이 시민들에 선보였다. 11일까지는 전국 2000여개 하나로마트·클럽에서 농축산물 50% 할인행사도 이어진다. 올해 행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농업인의 날을 알리는 데 대학생들도 팔을 겉어붙였다는 점이다. 농업인의 날 보다는 빼빼로데이가 익숙한 청년들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셈이다. 이들은 먼저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이날의 의미와 취지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10일 오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가 주축이 돼 홍대에 집결한 이들은 매시 11분마다 농민들의 생활동작을 형상화 한 강강수월래 퍼포먼스를 벌였다. 아울러 농업 사진전도 열어 농민들을 위한 홍보에도 발벗고 나섰다. 젊은 세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홍보수단과 접목해 시민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한대협 이수민(24) 씨는 “농업인의 날이 유명무실한 법정기념일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날이 되도록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를 계기로 국민 모두가 농산물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을 진작시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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