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영화 ‘복숭아나무’가 개봉했다. 좋고 싫음이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도 드문 것 같다. ‘따뜻한 성인용 동화’란 찬사가 한쪽이면, 나머지 한 쪽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이란 혹평 일색이다. 흥미롭게도 영화 속 주인공도 이 같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배우 류덕환과 조승우가 샴쌍둥이로 출연해 상반된 성격의 인물을 연기한다. 양면성을 가진 이 얘기를 만든 인물은 공교롭게도 얼짱 출신의 배우 구혜선이다. 구혜선에게도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이 많아 보였다.영화 개봉 전 그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꽤 늦은 시간이었다. 살인적인 영화 홍보 일정 탓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언제나 활짝 웃는 그 미소는 여전했다. 눈앞에서 그를 보자니 흡사 화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궁금했다. 단순하게 ‘이렇게 예쁜 배우가 왜 이런 기괴한 느낌의 영화를 만들었을까.“배우 구혜선, 아니 감독 구혜선은 진지했다. 그는 “연출을 하면서부터 죽음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었다”면서 “2009년 내겐 멘토나 다름없던 영화사 ‘아침’ 고 정승혜 대표님 죽음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이번 ‘복숭아나무’다. 죽음의 의미와 함께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쉽지 않은 스토리로 완성됐다. 주인공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류덕환과 조승우 두 명이 연기한 샴쌍둥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구 감독은 “보기에 쉽지 않은 영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해석하면서 보면 이해가 좀 빠르지 않을까”라며 “샴쌍둥이라는 일종의 ‘돌연변이’에 대한 판타지적인 느낌과 그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아에 대한 존재 가치 그것을 인정하고 부정하는 양면적인 사회의 눈길 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구 감독 조차도 이번 ‘복숭아나무’에 대해 “쉽지 않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의 전작인 ‘요술’ 보다는 대중적인 코드가 좀 더 가미됐다고 하지만 역시 난해함은 어쩔 수 없는 수준이었다.구 감독은 “나도 솔직히 좀 쉽게 풀어내고 싶었는데, 내 성향이 어쩔 수 없는 건지 어렵게 간 것 같다”면서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주변에선 재미있다고 하신 분들도 꽤 되던데,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내 속이 좀 이중적인 것 같다”며 웃었다.그런 이유 때문일까. 상현과 동현이란 샴쌍둥이 캐릭터가 탄생됐다. 이중인격의 이 캐릭터를 통해 구혜선 내면의 이중성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가족이란 코드로 얘기를 풀었다 .
구 감독은 “이중적이란 말은 그냥 내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그런 면이 있지 않나”면서 “실제 영화로 빗대보면 가족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내 곁에 존재하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고, 때론 귀찮고 싫지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그런 이중성의 얘기로 보면 이해가 쉬울까”라고 말했다.그는 ‘복숭아나무’가 팀 버튼의 ‘가위손’ 같은 따뜻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다고.너무 회의적이며 나르시스트의 모습도 자꾸 보였다. 하지만 단호하게 “아니다”를 외친다. 구 감독은 “나 이래봬도 꽤 강단 있고 추진력도 강한 ‘깡순이’다”며 어깨에 힘을 준다.‘복숭아나무’는 사실 세상에 빛을 볼 수 없던 영화다. 영화의 성격상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없었다고. 구 감독은 “솔직히 나라도 이런 영화에는 투자 안할 것이다”며 쑥스러워 한다. 결국 사비를 털어 먼저 제작을 했단다.구 감독은 “배우 생활하며 내가 좀 모은 돈이 있었다. 물론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전부 투자했다”며 “지금 아니면 영영 못 만들 작품이라 생각해 우선 저질러 보고 나서 생각하자는 맘으로 덤볐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작에 들어가면서 류덕환 조승우 등 걸출한 배우 두 명이 출연 의사를 밝혔다. 구 감독은 “(두 배우의 합류는) 기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극중 또 다른 주인공인 승아 역의 남상미는 절친 중에 절친.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남상미를 생각하며 썼다. 이밖에 샴쌍둥이 엄마로 출연한 배우 서현진 역시 절친 중 한 명이다.구 감독은 “주위 분들의 도움이 너무 컸다. 영화가 완성된 뒤 배급을 담당할 좋은 분을 만났다. 이 영화를 찍으며 나 역시 많은 치유를 받았다. 영화를 본 모든 분들이 그 치유를 함께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벌써부터 차기작을 생각하고 있다는 구혜선 감독. 3년 전에 이미 완성해 놓은 시나리오가 있단다. 소재가 뱀파이어다.
구 감독은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를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을 봤다. 내 시나리오는 그 보다 더욱 난해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물론 ‘박쥐’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아래 영화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감독으로 전업해야 할 듯하다. 체질인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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